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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Oct 09. 2022

중년의 마지막 생일

생일 떡을 돌려라!

생일이 온다.

만 64세 생일이 2022년 10월 13일에 온다.

중년(?)으로 맞는 마지막 생일이다.

2023년 생일과 함께 난 만 65세 노인이 되니까...

아직 노인이 아니니 중년이라 우길 수 있다.

항상 그렇듯이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바빠진다.

나 나름의 기념을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이냐를 생각하느라...


생일을 축하받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생일이란 한 해를 무사히 살아 넘겼다는 것을 축하하고 잔치하는 날이다. 생일을 남들로부터 축하받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정말 끔찍했던 시대를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이다. 끔찍했던 시대에는 굶어 죽거나 살해당하거나 역병(전염병)에 걸려 죽었다. 아니면 전쟁 중에 죽거나 포로가 되어 노예가 되어 죽은 목숨만도 못했다. 수명을 다해 자연사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 일 년을 무사히 살아 넘겨 생일을 맞는다는 것은 축하받을 만큼 성공적이고 대단한 일이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살 때는 달력조차 없었고 따라서 생일도 없었다. 즉 생일을 축하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생일날 아침이 되면 카드회사, 백화점, 증권회사, 은행 등에서 축하 메시지가 온다. 고객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진심은 무슨 얼어 죽을 진심! 페북이나 카톡에도 생일이 뜬다. 컴퓨터가 기억하고 있다가 보여주는 생일에 간혹 페친이나 친구가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달거나 보내온다. 이런 축하 메시지에는 영혼이 없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선창한 축하 메시지에 무슨 영혼이 있단 말인가! 이런 영혼 없는 축하 메시지 말고 진심이 담긴 축하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본능이다. 


이즈음 내가 가장 열심인 것은 배드민턴이다. 여름 두 달 딴짓하느라 쉬었지만 1월부터 오전 시간은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매일 배드민턴이다. 같은 교회를 다니는 성도들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만난다. 소위 친척은 일 년에 몇 번 정도 보면 자주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은 일주일에 몇 번이나 본다. 특히 나처럼 열심인 회원은 어제도 봤고 내일도 볼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사람 또 있나 돌아보라. 아무리 친한 친구도 한 달에 한두 번이지 이렇게 자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은 복식 게임에 집중한다. 이기고 지는 것에 정말 진심이다. 모든 게임에서 이겨야 하는 것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이다. 왜냐하면 사냥이 게임이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사냥에서 진다는 것은 큰 부상일 수도 있고 죽음일 수도 있다. 사냥에서 이겼다는 것은 먹을 것을 획득했다는 것이고 따라서 생존의 기회가 증대했으니 크게 기뻐할 일이었다. 먹을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행복해했다. 동호회 중간에 회원들이 음식을 나눈다. 자식들이 시험에 합격하거나 결혼 같은 좋은 일 생기면 떡을 돌린다. 떡은 항상 좋은 일과 함께 한다.


생일 축하를 받고 싶다면 동호회에 생일 떡을 돌려라. 생일 떡을 먹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생일 축하를 할 것이다. 배드민턴 복식 게임으로 무한 경쟁하는 희한한 세상에 아침마다 모여 함께 즐기지만,  떡은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떡은  생일 축하를 확실하게 한다.  번의 생일잔치를 내가    있을지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 지난  년이 축복이었다고 노래해라. 지난  년이 감사의  해였다고 외쳐라. 10월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밥을 사고 술을 사며  생일임을 알려라. 그리고 축하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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