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화가 난다.
"성형, 다이어트(식이요법)를 하고 연애 책을 읽어가며 사랑을 찾아 헤맸다, 그러면서도 성격 좋은 척, 당당한 척, 현명한 척, 매력 있는 척, 치명적인 척 온갖 척이란 척은 다 했다, 하지만 애를 써도 내가 원하는 행복을 얻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제부터가 틀렸으니 당연했다, 내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전제, 내 반쪽과 함께 그 전제를 떠나보내련다"라고 했다.
개그맨 강유미의 이혼 후 심경 인터뷰 기사( https://www.news1.kr/articles/4797507 )에서...
내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행복이나 사랑이나 추상명사다. 오직 인간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은 설혹 실존한다고 해도 그 지속시간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에 많은 심리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사랑은 더 어려운 주제다. 여기서의 사랑은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이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달달하고 영원한 사랑 말이다.
외손주 도은이(이제 백일)와 도민이(만 세돌 반)를 보면 아이들의 행복에 엄마와 아빠의 사랑은 필요를 넘어 필수적이다. 아니 결정적이다. 사랑해줄 부모가 없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지금은 거의 잊혀가는 정인이 사건은 생후 16개월에 양모의 학대로 정인이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다.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두 번이나 파양 되어 미국에서 추방당해 현재 멕시코에 있다는 한 남자가 홀트 아동복지회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란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6401083 )를 보았다. 홀트가 입양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홀트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해 자국민인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2019년 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022년 12월에 선고가 예정되어 있다.
덴마크 국적의 '마야 리 랑그바드'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덴마크로 입양되었다. 덴마크에서 작가로 데뷔한 후에 서울에서 3년 동안 거주하며 출생지를 찾고, 피를 나눈 친부모와도 재회했다. 이후 국가 간 입양에 비판적인 '그 여자는 화가 난다-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을 썼다.
그 여자 마야는 국가 간 입양에 관한 이 모든 것에 화가 난다.
마야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를 찾아주는 일'보다 '부모들을 위해 아이를 찾아주는 일'이 더 우선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입양수수료를 부모가 내니까) 마야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들에게 국가 간 입양이 일종의 치료법으로 통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마야는 아이를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게도 화가 난다.
마야는 덴마크의 백인 남성과 결혼한 태국 여성들이 남편의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계 입양인들이 덴마크 양부모들의 정서적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덴마크의 백인 남성과 결혼한 태국의 젊은 여성들이 제법 많다는 것에 놀랐다. 전체 인구가 600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 덴마크로 전체 인구가 7000만이 넘는 태국의 여성들이 원정 가서 결혼하는 'Heartbound'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는 것에도 놀랐다.
이즈음 이혼이 흔하다 보니 재혼도 많아졌다. 의붓아버지나 계모가 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과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아이들도 많아졌다. 이런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이 입양아들이 겪는 어려움만큼은 아니겠지만 거의 유사한 문제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엄마 아닌 어머니(계모)와 살게 되는 것과 아빠 아닌 아버지(의붓아버지)와 살게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황당한 것인 줄 나는 안다. 나도 경험해 보았으니...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이혼한다던데... 행복해지기 위해 재혼하려거든 같이 살아내야 하는 자식들의 행복도 함 생각해 보기를...
성인이 되기 전 행복에 부모의 사랑은 필수지만, 성인이 된 후의 행복에 남녀 간의 사랑은 선택이라고 정리하면 될까? 굳이 정리할 필요가 있겠냐마는...
https://www.eidf.co.kr/kor/movie/view/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