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리의 부고기사를 보고...
사연 많은 한 여인의 부고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obituary/1059101.html )를 우연히 읽었다. 흔히 접하는 형식적이고 진부한 부고가 아니었다. 미국 자택에서 오랜 투병 끝에 한 여인이 7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여인은 지난 2022년 6월 서울에서 제법 성대한 출판기념회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100일도 안되어 미국 성당 영결미사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조안 리.
갑자기 병을 앓게 되었을 때 '왜 접니까?'라고 했지만, 예기치 않게 10년이나 덤으로 살면서 '왜 저라고 아니겠습니까?'라는 인정으로 바뀌었다며 함께 해준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하고 싶어 이 자리(회고록 '감사' 출판기념회)를 마련했다는 말을 남겼다.
이 구절에서 먹먹함과 번득임이 느껴졌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큰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면 '왜 나한테?'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그리고 잊고 살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란 명언이 뼈에 사무치게 다가온다. 그리고 시간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동안 용케 잘 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표현한 '왜 저라고 아니겠습니까?'란 조안의 표현에 감탄하며 그녀의 사연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조안 리는 스물셋의 나이에 마흔아홉 살의 사제 케네스 킬로런 신부와의 러브스토리로 유명했다. 26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허락을 얻어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두 딸을 낳았고 성공한 사업가이자 베스트셀러(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 작가이기도 했다. 2000년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고, 2010년 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2012년부터 미국에서 명상, 요가, 독서 등에 집중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별세하기 백일 전 한국에서 연 회고록 '감사'의 출판기념회는 그녀의 사전 장례식이었다. 만나고 싶은 지인과 동문들을 초대해 회고록 제목 그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작별인사를 한 것이다.
이보다 더 근사한 장례식이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