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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Dec 28. 2022

기회비용

자신의 인생을 자기 맘대로 쓰는 사람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다.


시간, 돈, 능력 등 주어진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기회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 어떤 기회의 선택은 곧 나머지 기회들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 포기한 기회의 가치가 기회비용이다. 기회비용은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다른 기회의 최대가치”라는 점에서 ‘선택의 비용’이기도 하다.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어마 무시하게 많은 선택(Choices)이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우리는 고민한다. 중요한 것(예를 들면 배우자)을 선택할 때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느라 결정장애를 앓기도 하고, 시간을 끌다가 타이밍을 놓쳐 아예 기회를 잃기도 한다. 결국은 가장 가치가 큰 것을 선택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한다. 즉 기회비용이 가장 적은 선택을 하고 싶은 것이다.


27년 전 비교적 안정된 직업인 교수가 되었을 때, 나름 마음먹은 것이 있었다.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은 직업이고 호구를 위한 노동이다.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시간이 내게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하겠다는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두세 시간이 주어지면 사우나를, 하루가 주어지면 골프를, 한 달이 주어지면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세 가지 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인생은 주어진 시간이고 그 시간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도 모자라니까...


취미란 별 의미 없지만, 하면 재미있고 즐거워 틈만 나면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취미로 사우나, 골프, 배낭여행 세 가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세 개 이상의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절대 하지 않을 취미로 게임(컴퓨터 및 모바일), 바둑, 포커 같은 카드게임, 당구 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았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사람은 변한다. 환경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 따라서 생각이 바뀐다. 가치관이 달라지고 심지어 도덕이나 종교도 변한다. 그러니 취미가 달라지는 것도 당연하다.

 

브런치 글쓰기는 2015년 가을 결혼을 마음먹은 딸과 둘이서 네팔을 여행하며 시작했다. 그때의 생각이 아직도 브런치( https://brunch.co.kr/brunchbook/dadanddaughter )에 저장되어 있다.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서야 글쓰기를 취미로 갖고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알았다. 자투리 시간에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며 브런치 글쓰기를 한다. 혼자 하는 것이라 시작하기도 쉽고 잠시 접어두기도쉽다. 이렇게 자유로울 수가...


방학이 되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배낭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되면서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꼭 일년 되었다. 배드민턴 레슨을 받으며 동호회에 나가고 나서야 배드민턴을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알았다. 정말 다양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복식게임을 즐긴다. 배드민턴은 장소와시간이 정해져 있다.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나 자신이 존재해야 한다. 이런 규칙성이 자유를 제약하지만 자발적으로 존재를 구속한다. 너무 재미있어서...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취미에 시간을 빼앗겨 소위 생산적인(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엄청난 기회비용을 잃는다. 그러나 노예가 아닌 이상 생산적인 노동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자유시간, 여가시간, 휴식시간,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 자유인이라면…


자유인이란 자신의 인생을 자기 맘대로 쓰는 사람 아닌가?

2022년 12월23일 서귀포
2022년 12월24일 서귀포항 동편 방파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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