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Jul 17. 2016

터키의 쿠데타를 경험하면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지난 3월 6일이었다. 이스탄불행 왕복비행기표를 산 날이... 스카이스캐너, 하나투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온갖 웹사이트를 서핑하며 가장 싼 배행기표를 찾고 있었다. 결국 마지막 선택은 아침 10:20에 출발하는 아시아나와 오후 2시경에 출발하는 대한항공으로 집약되었다. 가격은 아시아나가 몇 만원정도 쌌던 것 같다. 아시아나의 마일리지의 가치가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가치의 2/3이다. 카드사의 마일리지 적립율이 보여준다. 1000원당 1마일과 1500원당 1마일이라는... 그러나 또 한가지 중요한 고려사항이 내게 있다. 도착시간대이다. 아시아나는 오후4시, 대한항공은 오후8시 이다. 초행일 경우 훤한 낮에 도착하여 호텔로 이동하고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 첵인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여름이라 오후8시 도착해도 훤하지만 공항입국심사와 짐찾고 세관통과하고 공항에서 교통편을 이용하여 호텔까지 오는 시간을 생각하면 이 모든과정을 해가 남아있는 시간에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래서 아시아나를 선택했다. 아침 10:20 인천공항 출발을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좀 부담이지만 어차피 시차적응과 비행중에 충분한 수면을 할 수 있으니까...

나를 태운 아시아나 비행기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정시에 도착했다. 입국심사의 긴 줄을 두시간 이상 걸려서 통과하고 부친 짐 없어 세관은 그냥 걸어 나왔다. 호텔에 픽업서비스를 한국에서 부탁해 놓았다. 마중나온 드라이버의 안내를 받으며 오후 7시 가까운 시각에 공항을 나왔다. 약간의 교통체증을 통과하며 술탄아흐멧의 호텔에 도착하여 첵인을 하고 짐 풀고 샤워를 마친 때가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입국심사의 긴 줄에서 배낭을 메고 두시간이상을 서 있었던 것만 빼면 순조로운 도착이다.

대한항공 비행기는 오후8시에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그 시간 쿠데타군은 보스포러스해협을 건너는 다리를 봉쇄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소문으로 쿠데타가 일어났음이 터키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입국심사장의 긴 줄에 서 있던 대한항공 승객들은 공항분위기의 심상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오후 10시 경에 승객중의 일부는 공항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거나 짐 찾는 컨베이어 밸트 옆에 있거나 마지막 입국심사대열에 있었을 것이다. 오기로 한 버스는 쿠데타군과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길이 막혔다. 그리고 공항주변은 간간이 총성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쿠데타군의 총격에 놀라 공항으로 진입하는 시위대와 함께 대한항공 도착승객들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공항 이층의 출국장에는 자정을 넘겨 인천으로 출발하는 터키항공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한국승객들 10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터키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터키항공을 이용하여 유럽여행을 마치고 환승을 기다리던 승객들도 있었다. 결국 자정을 바로 넘겨 출발예정이었던 터키항공 비행기는 15시간 이상 경과한 오후 네시경에 가까스로 이륙하였다. 밤새 공항은 전쟁터를 방불하였다. 총격과 비명소리에 놀라 화장실에 숨어 있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하여 쿠데타의 진행을 찾아보며 이런 위험이 왜 내게 닥쳤는지를 원망하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대한항공으로 터키에 입국한 승객중에 이 아수라장을 서둘러 빠져나간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승객들은 나중에 공항에 도착한 영사관 직원들의 도움으로 터키항공 비행기를 타고 바로 귀국한다. (신문기사 참조)

나는 술탄아흐멧의 호텔에서 두 밤을 자고 일어 났다. 어제 오전 11시에 만나기로 한 터키친구는 오후 4시가 되어서야 호텔에 나타났다. 일주일 전에 샀다는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을 타고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건너 동쪽으로 100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산다는 친구는 아침부터 내게 오기 위해 해협을 건너는 이다리 저다리를 건너려고 시도하다 쿠데타군이 진압되고 다리통행이 재개되자 서둘러 온 것이다. 보스포러스해협을 건너는 다리가 가까이 잘 보이는 고급레스토랑에서 케밥과 터키 전통주 라키를 내게 권하였다. 환영(?)한다고... 이스탄불의 유럽지구를 차로 안내하며 밤 열시에 나를 다시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여행중에 어려움이 생기면 자기에게 전화하라며...

한치 앞의 상황을 모르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길에서 살인강도를 당하거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젊은이에 맞아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중에 똑 같은 조건이라면 대한항공을 선택한다. 브랜드 가치도 높고 마일리지 가치도 높으니까...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예상한대로 정상적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 인생을 내가 지금 살고 있다. 인생이 여행이여...

쿠데타 다음날 결혼하는 신부를 보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걸어서라도 터키 밖으로 나가야 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