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용무가 아닌한 철수권고
[외교부] 터키 전역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긴급용무가 아닌한 철수권고 7.16
어제 저녁에 쿠데타가 발생한 터키 이스탄불 호텔에 있는 내게 지금 온 메시지이다. 특별한 용무도 없이 단독배낭여행을 온 나는 당연히 긴급할리는 더더욱 없다. 오늘 만나기로 한 터키친구가 보스포러스해협을 건너는 다리가 봉쇄되어 아직 못오고 있지만 배타고 올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왜 호텔에 가만히 있냐고 호텔 바로 옆에 있는 톱카프궁전(지금은 박물관)에라도 가란다. 그러나 30도가 넘는 더위에 박물관 이곳저곳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갈리가 없다. 호텔 앞 카페에서 터키의 유명한 맥주 에페스를 맛보고 있다.
어떻게 철수하란 말인가? 쿠데타군에 접수되었다가 현 대통령이 착륙하여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이스탄불 국제공항은 아직 정상화가 되지 않았는데... 호텔직원은 내일부터 정상화될 것이라 하지만. 아마도 지금 터키 아시아나 콜센타는 불난 호떡집 같을 것이다. 전화해보지 않아도 어떨지 상상이 간다. 아시아나인들 어찌할 것인가? 공항이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걸어서 이스탄불을 벗어나 볼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운행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들이 호텔 인근에 즐비하다. 걸어서도 이틀이면 여기서 불가리아 국경까지 갈 수 있다. 시리아 난민들의 코스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들의 아픔을 나도 공유할 수 있겠지. 불가리아로 간들 어쩌란 얘기인가? 터키대신 불가리아 여행을 하다 이스탄불에서의 귀국항공편에 시간 맞춰 다시 돌아오란 얘기인가? 아니면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편도항공권을 사고 귀국하란 것인가? 시리아 내전처럼 이곳에서 내전이 장기화한다면 그래야 할 것 같다. 전쟁중인 나라에서 외국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2002년 미국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바로 이해 안되는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다. Propulsion center 라는 연구소에서 방 하나 차지하고 있었는데 공용으로 사용하는 복사기 앞에 안내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담주 목요일에 복사기 정기점검이 있어 혹시라도 복사하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알려주는 공고문 이었다. 점검시간과 점검에 걸리는 시간이 20분임을... 처음에는 이해가 안되었다. 고장난 것도 아닌 복사기를 정기점검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되었다. 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라면 모를까? 정기점검 20분 동안 복사기를 사용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굳이 안내할 필요 있을까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었다. 정 급하면 길 건너 Kinko copy가서 해도 되는데...
지금이야 우리사회도 면피(책임회피)에 익숙해졌지만 15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복사기 관리를 포함한 연구소 행정을 도맡아 하는 직원이 혹시라도 모를 문제발생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안내공고에 그 당시의 나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나 일이 없으면 저런 것 붙이는 것이 일인가?" 했다.
외교부는 알고 있다. 010-7146-**** 을 사용하는 내가 이스탄불에 어제 입국했음을... 외출자제의 문자에 이어 철수권고의 문자를 보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외출자제의 문자는 이해가 되고 실제 나도 호텔밖으로 안나가고 있으니 당연하나 철수권고는 어떻게 하란 것인지 모르겠다. 걸어서라도 터키 밖으로 나가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