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Feb 18. 2023

Never better.

아들과 베트남 2


베트남에는 다이빙 포인트가 별로 없단다. 남쪽의 푸꾸옥과 콘다오 정도뿐이란다. 둘 다 섬이다. 푸꾸옥은 제주도의 1/4 정도 크기의 섬인데 베트남보다 캄보디아 쪽으로 치우쳐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신혼여행지로 유명하고 한국사람들도 많이 가서 인천공항에서 비엣젯 직항 편이 운항 중이다. 콘다오는 푸꾸옥보다도 훨씬 작은 외딴 섬이다. 아들이 잡은 일정은 호찌민에 밤에 도착해서 공항 근처에서 자고 다음 날 비엣젯 국내선을 타고 푸꾸옥으로 간다. 푸꾸옥 리조트에서 6박을 하고 다시 호찌민으로 돌아와서 2박을 하고 베트남을 떠난다.


11년 전 하노이에서 호찌민으로 종주여행할 때 아들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옛날 어릴 때 괌에서 처럼 리조트에서 개길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군대 막 제대한 아들을 배낭여행 시키다니 끔찍한 아버지네..."


난 전생이 철새라 끊임없이 이동을 해야 즐거움을 느끼는데 아들은 나와 DNA의 반을 공유하지만 전생이 늘어져 자는 개였나 보다. 바쁘게 이동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방에서 뒹굴면서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다른 취향과 다른 전생을 갖고 있는 둘이 같이 여행을 하려면 누군가 하나가 양보해야 한다.


이번에는 내가 양보할 차례다.


신축된 푸꾸옥 국제공항은 깨끗하고 여유로웠다. 이런 공항이 좋다. 그랩(동남아 우버)을 잡아 아들이 예약한 푸꾸옥 남쪽의 Premier Residences로 이동했다. 날은 맑고 쾌청하다. 기온도 29도로 34도의 호찌민보다 훨씬 쾌적하다.


나는 로비에 앉아 들고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동안 아들이 체크인을 한다. 설명이 길다. 15분은 족히 걸린 것 같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이 많고 젊은 연인 같은 남녀도 보인다.


벨보이의 안내를 받아 6층의 방문이 열리며 트윈 침대와 발코니가 보인다. 발코니를 열고 나가니 좌우로 좌청룡 우백호 마냥 리조트 건물이 보이고 바다가 코 앞이다. 밑에는 수영장과 정원이 펼쳐져 있다.


“와, 아들 이 방이 얼마냐?”

“조식 포함해서 1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아.”

항상 바쁘게 이동하며 즐거워하는 나는 숙박에 큰돈 쓰지 않는다. 에어컨, 차갑지 않은 샤워, 베드 버그 없는 침대만 있으면 오케이다. 숙소에서 거의 잠만 자니까… 결국 내가 돈 낼 것이지만 아들 덕에 호강하는 느낌이다.


‘It couldn’t be better.’


우리말로 하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나는 이 문장을 좋아한다. 누가 영어로 “How are you doing?”하고 물으면 거의 예외 없이 ‘잇 쿠든 비 베러.’라고 답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확신시켰다.


외국 영화 중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란 제목을 갖고 있는 영화가 있다. 잭 니콜슨이 주연한 은근한 사랑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의 원 제목은 ‘As good as it gets’이다. 너무나 좋다는 표현인데 난 이 문장보다 직관적인 ’It couldn’t be better’가 더 좋다. 나는 직관을 더 중시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It couldn’t be better’를 줄여서 ‘Never better.’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 SNS 상태 메시지를 ’Never better.’로 변경한 지 한참 됐다.


‘Never better!’

황금이나 소금보다 소중한 지금.

성장한 아들과 둘이 여행하는 어르신은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드디어 모히또
현지 식당에서 Never better!



매거진의 이전글 Good Enoug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