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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8. 2023

Clean enough.

아들과 베트남 3

리조트에서 첫날 밤을 잤다.


출국하기 전부터 아들과 나는 감기 기운이 있었다. 열은 없고 목이 좀 아팠는데 아들과 나는 증상이 똑같았다. 딸(물론 손주 둘 포함)과 함께 제주도 아들 집에서 일주일을 보냈는데 딸이 제주도 도착하자마자 열이 38.8도까지 올라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했는데 양성이 나왔다.


딸은 일주일 동안 격리 아닌 격리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하다 일주일 만에 비행기 타고 귀경했다. 우리들은 코로나 걸릴까 봐 일주일 내내 노심초사했다. 귀경 후 이틀 뒤 베트남 출국하는 날 아침, 아들과 나는 각각 코로나 자가진단검사를 했다. 다행히 둘 다 음성이었다. 그러면서 의아했다. 코로나 환자와 거의 함께 일주일을 보냈는데 음성이라니…


둘 다 감기로 몸이 안 좋아 일찍 잠들었다. 나는 10시경에 양압기( https://brunch.co.kr/@jkyoon/407 )마스크를 쓰고 곯아떨어졌다. 아들이 담배 피우려 나가는 소리는 들었는데 다시 들어오는 소리조차 느끼지 못했다. 나는 새벽 다섯 시 반에 꿈을 꾸며 깼다.


발코니 창으로 보이는 바다 위 하늘이 벌겋다. 구름 위로 달이 보인다. 아직 해 뜨려면 한두 시간은 족히 있어야 한다. 침대에 앉아서 맥북을 열었다. 이메일 확인하고, 한국 뉴스를 확인하고 브런치를 열어본다. 난 이 시간이 좋다. 내 인생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시간. 깨어있는 의식이 온전히 작동하는 여유 있는 시간. 브런치의 지난 글을 읽으며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좋다.


카카오톡 대학동기 단체방에는 모친상을 치른 동기가 감사의 장문을 올렸다. 공감 가는 사모곡이다. 나는 중2 때 모친상을 멀찍이 떨어져 보아야 했다. 어른들은 국민학교 6학년인 동생과 나를 장례에서 가능한 멀리 배제했다. ‘어린것들이 불쌍하지만 뭘 알겠냐고…’ 어머니의 죽음은 50년 동안 내게 가장 큰 트라우마였다. 동생도 마찬가지다. 동기의 사모곡에 처음 답글을 달았다. 너와 어머니의 관계가 느껴진다고…


날이 훤해졌다. 이미 8시가 넘었으니… 그런데 아들이 깰 기미가 없다. 할 수 없이 참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아들을 깨웠다. 아들이 제일 싫어하는 소리가 일어나서 밥 먹으라는 것임을 익히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너무 배가 고프다.


“아들! 8시가 넘었어. 일어나서 밥 먹으러 가자.”

겨우 눈만 부시시 뜨면서,

“아빠 먼저 가서 먹어!”

“리조트 첫 아침 식사인데 같이 가자아… 나 어딘지도 모르고…”(안다. 그러나 혼자 가기 싫다.)

할 수 없이 일어나며,

“누구랑 같이 살면 제일 싫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항상 같이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야. 난 더 자고 싶은데, 심지어 먹지 않고 자고 싶은데… 또 하나는 둘의 깨끗함의 척도가 다르다는 것이야! 그래서 많은 문제가 생기지.“


첫 번째는 원래 익히 알고 있던 것이라 나도 깨우기가 미안했다. 그러나 두 번째는 격한 동감이 몰려왔다. 깨끗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다. 지금처럼 아침마다 매일 머리 감고 샤워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머리를 일주일에 한 번 감는 것이 두피와 모발 건강에 좋다고 피부과 의사가 TV나 라디오에 나와 얘기했었다. 목욕은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누구도 자신보다 더러운 사람과 함께 살기 싫다.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은 충분히 깨끗하다(Clean enough)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깔끔한 사람과 함께 살면 오히려 끊임없는 잔소리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균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깔끔하다. 평균적으로!!


설거지의 종착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를 읽은 기억이 난다. 설거지 하고 난 싱크대의 물기까지 다 닦아야 끝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가스레인지의 화구와 받침대까지 닦아야 끝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난 그런 깔끔과는 거리가 멀다. 싱크대의 물기는 자연건조 시키는 것이고, 가스레인지는 곧 또 사용할 것이니 정 못 참겠을 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음 식사를 준비할 때 필요한 그릇과 도구만 씻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생은 시간인데 귀중한 내 시간을 설거지에 바치고 싶지 않다. 물론 윤이 나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그러나 그 기분을 위해 내 인생의 귀한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다.


당신은 당신 집의 화장실 상태가 어느 정도여야 충분히 깨끗하다고 생각하나요? 거실과 부엌은 어때야 충분히 깨끗하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의 자동차 실내는 충분히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나요?


아들이 비혼을 선언하고 혼자 사는 것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바다는 어디나 비슷하다!
이런 현지 식당에서 깨끗함을 찾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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