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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14. 2016

나를 위한 돈도 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암스테르담 Aspire lounge 에서


서울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0시간 반을 날라왔다. 실제 비행거리의 25%만을 마일리지 적립해 준다니 싼 표 임에 틀림없다. 비행기안은 만석이었다. 네덜란드 아줌마 스튜어디스의 서비스를 받으며 인턴이란 영화를 간신히 보았다. 인턴이란 영화가 여러 곳에서 언급되길래 잘 만든 영화인줄 알았는데 솔직히 난 실망이었다. 나이 많은 경험과 연륜이 때론 필요하다는 진부한 주장을 하는 듯.... 자정을 넘겨 졸면서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새벽 3시반에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라운지도 6시에 여는데 어떻하지. 배속도 편치 않고 잠은 쏟아지는데 누울만한 긴의자를 찾을 수 없다. 걍 눕고 싶은데... 몸이 피곤하면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인데 그러지 말자. 이 시간도 내게는 귀한 시간이다. 되돌릴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깜박깜박 졸고 나니 정신도 명료해지고 몸이 가볍다.

서울에서 암스테르담 행 뱅기 출발 6시간 전에 집에서 나와 10시간 반 타고 암스테르담에서 9시간 반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12시간 반의 비행이 앞에 놓여 있다. 정말 고된 여정이다.


난민의 느낌, 아직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아 길 위에서 살아야만 하는 난민의 마음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공항의 라운지가 난민을 위한 오아시스 같다. 푹신한 소파, 모든 음료, 배고픔을 물리칠 간단한 스낵, 심지어 샤워실도 있다. 샤워실을 이용하려면 우리돈 이만원정도를 추가지불해야 한다. 그래 쓰자. 나를 위한 돈도 쓸 날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지도 모른다. 비싼 샤워를 하고나니 과장하여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인간은 난민으로 태어나 끊임없이 정착을 갈구하며 떠돌다 난민으로 생을 마감하는 존재라고 정의하면 너무 오버한 건가. 시차도 뒤죽박죽 되어 계속 졸립고 배는 꾸룩꾸룩 거린다. 어느 순간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심호흡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흡연자에게 10시간 이상을 담배를 못피게 하는 것은 고문이다. 인천공항을 떠나며 마지막 담배를 피우며 금연을 결심했고 이제 거의 20시간이 지났다.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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