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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16. 2023

행복해야 혀!!!

난 88년생 딸과 89년생 아들이 있는데, 딸은 2016년에 결혼하여 아들과 딸을 낳고 정신없이 키우고 있다. 아들은 자동차 디자이너로 회사를 6년 다니더니 갑자기 퇴사하고, 지금은 제주도에서 하루는 낚시하고, 하루는 물질(프리다이빙)하고, 하루는 쉬며 살고 있다. 자신은 비혼주의자라며…


딸과의 카카오톡 대화(어린 두 아이를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딸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다. 도은이 똥 싼 기저귀 갈고 있는데, 힘들게 도민이 밥 먹이고 있는데 전화 걸기라도 하면 미안해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면 금세 답장이 온다. 딸은 30분 이상 지체한 적이 없다.)


나: 지민아, 애들 다 등원 잘 시켰어?(도민이는 유치원, 도은이는 어린이집)

지민: 오등완(오늘 등원 완료)하고 혼자 성북천 걷는 중... (벚꽃 핀 성북천 사진 3장 전송) 성북천 너무  좋네!

나: 애 둘 등원시키고 자유를 찾으니 행복해?

지민: 아빠도 성북천 바로 옆에 사는데 좀 걸어! 완전 봄이야!

나: 어제 병우아저씨랑 점심 먹고 같이 성북천 걸었어...

나: 행복하냐고?

지민:(뜸 들이다가)응 행복해!

나 : 내 딸이 행복하다니 기쁘네!!!


잘 있냐고? 잘 사냐고? 잘 지내냐고? 의례적으로 묻지만 행복하냐고는 잘 묻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물으면 멈칫한다. 잘 있지만, 잘 살지만, 잘 지내지만, 행복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심리일 수도 있다. 너무 행복하다고 방정 떨다가 복이 달아날까 봐 걱정되어 행복하단 말은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행복하지만 30분 전 애 둘을 등원시키느라 정신없을 때는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따 오후에 애 둘이 다 하원하고 나면 불행하지는 않지만 너무 바빠서 행복과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행복.

참 어려운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란 생각이 든다.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아들과의 전화 대화(아들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거의 다음날 답장한다. 그래서 내가 전화한다.)

나: 아들! 뭐 해?

아들: 컴퓨터 앞에 앉아 영상 편집 중이야.(아들은 지금 유튜버다.)

나: 엊그제 갑오징어 낚싯배 타고 찍은 것?

아들: 응.

나: 행복해?

아들: (한동안 뜸 들이고) 행복? 그래 행복한 거지.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야.

나: 불행하지 않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아들: 사는 것이 다 그렇지. 어떻게 평상시가 행복할 수 있겠어? 그럭저럭 사는 거지.

나: 근심 걱정 없고, 나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면 행복한 거지. 넌 지금 너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잖아.

아들: 그렇기는 하지.

나: 그러면 넌 행복한 거야! 행복해야 한다고!!!


행복하냐고 난 계속 묻고 있다!

행복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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