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장기 이식
챗GPT 때문에 알게 된 튜링테스트란 것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950년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컴퓨터 과학자 앨런 튜링에 의해 고안된 테스트로, 인간의 것과 동등하거나 구별할 수 없는 지능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기계의 능력에 대한 테스트라고 한다. 즉 인간처럼 말하거나 행동해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기계를 가려내기 위한 테스트다.
인공지능인지 사람인지를 가려내는 튜링 테스트처럼 사랑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테스트 없을까?
사례 1.( https://www.ytn.co.kr/_ln/0103_202302161156081926 )
결혼정보회사를 통하여 15살 연상의 의사와 여자가 결혼했다. 의사 남편은 성인이 된 자녀가 둘이나 있는 재혼이다. 아내에게 임신을 강요했다. 몸이 약했던 여자는 10번이나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결국 임신은 실패했고, 부작용으로 자궁적출까지 했다. 한편, 남편은 의사로서 승승장구해 의료재단까지 운영하면서 상당한 자산을 형성하였지만,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투석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자 체중 39kg에 자궁까지 적출한 아내에게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또 집요하게 신장 이식을 요구했고, 거절하는 여자를 몰염치한 사람으로 내몰았다. 남자는 (이혼을 생각하고) 재산을 옮기고 있고, 여자는 자신이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사례 2.
내후년이면 만 50세가 되는 아내가 신부전이다. 결혼하여 아들 둘을 낳고 잘 살아왔는데 신장이식 밖에는 살릴 수 없단다. 전에는 혈액형이 일치하고 조직 적합성 교차 반응에서 음성인 경우에만 가능하였지만, 지금은 면역 억제제의 발달로 수술 전 탈감작 치료라는 면역 억제 치료를 한 후 생체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즉 혈액형이 달라도, 조직 적합성이 나빠도 가능하단 얘기다. 남편은 자신의 신장을 떼어줄 마음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들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 우리 집안에 시집와서 얻은 병이니 내가 고쳐줘야지!" 가부장적 사회의 가장다운 발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장이식 8년 후, 아내는 매일 아침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친다. 그만큼 건강이 좋다는 것이다. 오늘 오후에는 남편 환갑잔치를 준비해야 한다.
생체 장기 이식이 주변에서 자주 일어난다. 아들 둘이 아버지에게 간이식을 서로 하겠다고 싸우다 검사해 보니 아들 둘의 간이 모두 작아 아들들의 간을 일부씩 떼어내어 아버지에게 이식하였다는 기사도 본 적 있다. 그러니 두 개나 있는 신장 이식은 흔하게 벌어진다.
부모가 아픈 자식에게 자신의 콩팥을 떼어준다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들린다. 부모는 자식의 인생에 무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역은 당연히 성립하지 않는다.
자식이 나이 든 부모에게 자신의 콩팥이나 간의 반을 떼어 준다면 나는 듣기 불편하다. 미담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자식의 인생을 잘라내 나이 든 부모의 인생에 갖다 붙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 만의 생각일까? 자식의 (공여) 결정이 주변의 영향 없이 진정한 자아로부터 우러나온 것일까 의심이 든다. 혹시라도 부모가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하고 있지는 않겠지?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사는 것은 아니겠지?
사례 2와 같이 남편이 아내에게 콩팥을 떼어준다면 아직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미담으로 들린다. 가정을 책임지는 가부장의 당연한 행동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아내를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숨까지 내어주고픈 사랑을 하고 싶은데 까짓 껏 콩팥쯤이야... 어쩌면 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내가 남편에게 신장을 공여하는 경우, 아내가 진정(?)으로 남편을 사랑해서 한 것이라면 흔하지 않은 'Love Story'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부장적 사회에서 위계에 의하거나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행해진 것이라면 보기 매우 불편하다. 아내가 오래전부터 남편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자로 태어나 자라면서 가정과 사회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할 수도 있다.
당신의 콩팥은 건강한가요?
혹시 간은 어때요?
당신은 아픈 부모, 배우자, 자식에게 당신의 귀한 콩팥이나 간을 떼어줄 마음이 있나요?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사랑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튜링테스트라 생각하고...
p.s.: 내 어머니는 1972년 여름,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신부전에 따른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신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3년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투병하셨다. 신장에는 소금이 안 좋아 온 식구가 3년 동안 저염을 넘어 거의 무염식단으로 식사했다. 단백뇨로 시작되어 신장염을 거쳐 신부전, 결국은 합병증인 요독증으로 돌아가셨다. 국민학교 6학년인 남동생과 나를 남겨두고... 혈액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지금처럼 보편화되기 훨씬 이전이다. 1970년대 당시 혈액투석장비가 명동 성모병원에 딱 한 대 있었단다. 지금은 신부전 환자가 혈액투석을 하며 10년 이상 생명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와 남동생에게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었다. 나는 20대에 만성간염으로 발병했으나 수십 년 뒤에 항체가 생겨 벗어났고, 남동생은 보균자로 수십 년을 버텨 지금은 항체가 생겼다. 우리 형제의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어머니로부터의 모자수직감염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염이 아닌 신장염으로도 발병할 수도 있다는 논문을 나는 읽은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