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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1. 2016

카파도키아 열기구시장은 레몬마켓

나도 결정장애가 있다.


이즈음 한국에서 살면서 별 것도 아닌 것이 성가시게 하고 기분도 영 찝찝하게 하는 것이 나는 두개가 있다.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070 전화와 메시지로 날라오는 인터넷서비스 회사를 바꾸라는 것이다. 몇 십만원의 상품권을 주겠다. 현금 얼마를 주겠다고 유혹하면서... 또 하나는 내가 핸드폰 요금을 제대로 지불하고 있냐는 것이다. 길에 널린 통신사 직영점이나 대리점을 가도 내가 머리가 나쁜 것인지 무슨 요금제를 어떤 기기로 택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영 이해가 잘 안된다.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인가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으면 영 꺼림직하다. 화장실에서 모자란 휴지로 일을 보고 나온 것처럼...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투어처럼 관광객도 많고 투어제공자도 다양할 뿐 아니라 그 사이에서 이 둘을 연결하며 많은 사람들이 커미션으로 살아가는 상태에서는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가격이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도 비슷한 찝찝함이 있다. 한국에서 요새 뜨는 사이트는 160불 정도를 제시하였다. 좀 비싼 것 같아 터키에 그냥 왔다. 한국식당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은 어린이를 포함한 셋을 170불에 했다 하고,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처자는 자기도 소개할 수 있는데 100유로가 적정가격 이란다. 열기구를 운영하는 회사의 정식 인터넷 사이트는 160유로에서 180유로를 제시하고 있고 한시간 표준체공시간보다 30분 긴 디럭스는 250유로를 부르는 등 제각각이다. 충분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되지 않고 이루어지는 이런 시장을 학문적으로는 레몬마켓이라고 한다. 보기에는 너무 먹음직스러운 레몬이 사실은 너무 시어서 그냥은 못 먹을 과일이라는 데서 연유한 것이다. 중고차시장도 대표적인 레몬마켓이다. 파는 사람은 자동차의 상태에 대해 제법 알지만 사는 사람은 겉모습 밖에는 파악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고차시장에 일반인이 선뜻 가서 차를 사기가 두려운 것이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시장도 전형적인 레몬마켓이다. 길에 널린 수많은 여행사들이 열기구투어를 팔고 있고 한식당 주인뿐 아니라 모든 호텔 데스크에서도 열기구투어를 살 수 있다. 안전하기는 한 것인지, 보험은 들고 태우는 것인지, 제공하는 아침식사와 끝난 뒤의 자축파티에 사용하는 샴페인의 품질은 어떤지, 특히 열기구 조종사의 능력도 상품의 품질을 크게 좌우한다는데 나는 알 수가 없다. 이럴 때는 결정장애가 없는 동행이 알아서 빨리 결정해주기를 바란다. 온가족이 여행하는 가족의 경우 이런 결정을 엄마가 하는지 아버지가 하는지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집안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랑 여럿이 다니다 보면 이런 것을 결정하는 친구가 보통 먹을 메뉴도 결정한다. 아무거나 먹겠다는 친구들을 대신하여...

열기구가 무수히 떠오르는 멋있는 사진을 본 사람이라면 그 많은 풍선 중에서 유난히 이쁜 무지개색깔의 열기구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이 일대에서 여러개의 고급호텔과 고급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열기구투어를 비롯한 각종 관광상품도 운영하는 Dorak holdings 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열기구 띄우는 회사도 네개나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Rainbow ballons 이란 회사다. 난 그 풍선이 타고 싶다. 나의 유아적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우치사르성을 올라가 증명사진 몇장 찍고 배가 출출하여 점심 때울 곳을 찾느라 걷다가 우연히 Rainbow ballons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과 식당 같았다. 아마도 열기구 타기전에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곳임에 틀림 없다. 하얀 테이블과 깔끔한 의자가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아가씨한테 다짜고짜 내일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다. 그러자 180유로 란다. 내가 어이없어 하며 그것은 핫시즌의 공정가격아니냐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더러 중국사람이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더니 180유로는 중국단체관광객이 중국에서 지불하는 가격이란다. 그래서 중국인 한테는 그 가격을 부른단다.  워낙 많은 중국단체관광객이 여행사를 통하여 오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내가 가격을 알아보려는 중국인이라고 처음 의심한 것이다. 100유로에 해준단다. 현찰이면 90유로에 해줄수 있단다. 얼른 하겠다고 했다. 열기구회사 중에 제일 큰 Dorak이 운영하고 내가 그렇게 타고 싶은 무지개풍선이라... 괴레메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처자한테 약간의 미안함이 느껴진다. 최악의 올 여름시즌을 맞고 있을텐데...

무지개풍선회사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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