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Jul 22. 2016

Bucket list 는 쉽게 이루어지면 안된다.

그리운 것이 해소될 때...


카파도키아의 열기구투어는 4:10 호텔 픽업에서 시작한다. 몇시에 일어나야 하나? 이즈음 이렇게 새벽 일찍 일어나 본 적이 없는데... 아침은 열기구 투어에 포함되어 있다니 3:15에 알람을 하고 잤다. 알람소리에 깨어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보니 낮은 구름이 제법 많이 끼어 있다. 열기구에서 일출을 못보겠구나 했다. 어제 늦은 오후에 난생처음 ATV(사발오토바이)를 두시간 탔다. 가이드를 따라 다섯대의 ATV가 따라가는 일종의 투어상품이다. 출발하자마자 비가 내렸다. 가벼운 비라 먼지도 안나고 얼굴도 안타고 덥지도 않고 신나게 탔다. 속으로는 잘됐다 했다. 내일 아침에는 안오겠지 하며...

픽업 온 미니버스가 Kapadokya ballons 이다. Rainbow ballons 이 아니고... 그러려니 했다. 이 회사는 1991년부터 풍선을 띄웠다고, 카파도키아에서 제일 오래되었다고 자랑하는 회사다. Rainbow ballons 과는 형제회사이다. 두회사 모두 Dorak holdings 가 운영한다. 틀림없이 손님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무지개풍선이 타고 싶었는데... Kapadokya ballons 회사 사무실에 여러대의 미니버스들이 집합한다. 열기구 pilot 이름이 적힌 보딩패스를 각각 나눠주고 옆의 휴게실에서 아침 먹으란다. 회사 앞마당에는 오늘 출정할 열기구 여섯대가 랜드로버에 견인되어 주차되어 있다. 아직 밖은 깜깜하다. 아침에 화장(?)을 못하고 나온 것이 영 찝찝하다. 나이든 이즈음은 이런 기분이 정말 싫다. 혹시라도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야 할 상황을 생각하면 아주 끔찍하다. 젊을 때는 안그랬는데...

아침을 먹으며 한동안 대기하다 pilot 이름이 적힌 미니버스에 올라 열기구 띄우는 장소로 이동했다. 이미 열기구에 바람을 불어 넣고 있었다. 팬에 기름탱크가 달려있는것을 보니 이동식인 두개의 팬으로 요란스럽게 바람을 불어 넣는다. 누워있는 풍선이 거의 제 모습을 찾아간다. 옆의 풍선에는 중국여행사 이름이 크게 붙어 있다. 얼마나 중국 단체관광객이 많으면... 바람에 부풀려지던 풍선들이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린다. 은근 걱정이 된다. 열기구의 천적이 바람일텐데... 갑자기 바람을 불어 넣던 팬을 끈다. 30분 대기란다. 풍선이 아주 조금씩 쭈그러든다. 30분 만에 풍선은 아주 납작해졌다. 불길하다. 오늘 못타는 것인가? 환불해주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열심히 풍선을 불었는데...

풍선을 다시 접기 시작한다. 아 취소되나부다. 풍선과 Basket 을 다시 트레일러에 힘겼게 올린다. 최소한 여섯명은 있어야 이 작업이 가능하다. 공돌인 어쩔 수 없나부다. 내가 열기구 회사 차릴 것도 아니면서...

회사 사무실로 철수하길래 취소인 줄 알았더니 회사에서 30분 더 대기란다.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까 새벽예보에도 비는 없었는데... 영어를 잘하는 매니저가 일일이 묻는다. 오늘 취소되면 내일 타겠냐고? 나는 탈 수 있다. 내일 첵아웃이니까. 매니저가 좀 한가해진 틈을 타서 물어 봤다. 풍선의 운항을 누가 통제하냐고? 민간항공청. 오늘 이 곳 카파도키아에서 뜰 예정이던 풍선이 몇 개냐고? 50 내지 60. 한 번에 최대 몇 개까지 뜰 수 있냐고? Maximum is 150. 풍선 사고는 전부 몇 번 있었냐고? 두번. 아직은 취소 안되었지만 이렇게 전개했다가 취소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냐고? 일년에 한두번. 내 궁금증이 다 해소되었다. 그리고 결국 취소되었다.

일년에 한두번 있는 날 선택받았다. 

호텔로 다시 돌아오는 길이 별로 슬프지 않다. 짜증나지도 않는다. 내일 내게 더 좋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고 지금은 호텔 내방 화장실이 그리워서...

매거진의 이전글 카파도키아 열기구시장은 레몬마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