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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3. 2016

A lifetime's experience

팁은 고마움의 표현이다.


어제 날씨때문에 취소된 카파도키아 열기구투어를 오늘 했다.

열기구는 버려진 밭 한가운데 주차하고 있는 트레일러 위에 정확하게 착륙했다. 풍선 제일 꼭대기의 구멍을 통하여 안의 공기를 내뿜는 양을 조절하는 끈과 풍선의 옆구리에 사이드 스핀을 줄 수 있는 플랩을 조절하는 끈 밖에 없는데 열기구를 운반하는 트레일러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Pilot 의 기술과 경험에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트레일러 위에 앉은 열기구 basket 을 사람들이 꽃으로 장식한다. 앞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샴페인잔을 사람수만큼 놓더니 Pilot 이 샴페인을 흔든다. 테이블 위에는 Tip box 가 놓여 있다. 이미 터키돈 10리라가 들어 있다. 팁은 고마움의 표현이다. 자본주의에서의...

이럴 때 보통 나는 당황스럽다. 얼마를 해야 하나? 터키돈 10리라를 미리 넣어 놓은 것을 보면 10리라 쯤 넣으면 될까? 가방 속의 지갑을 찾아보니 10유로 짜리가 있었다. 다 마신 샴페인 잔을 테이블에 다시 갖다 놓으며 일행 중 처음으로 10유로를 팁으로 놓았다. 열기구 정원은 20명이다. 인도와 중국에서 온 가족들이 있었고, 혼자 온 캐나다 할아버지도 있었고, 이탈리아에서 온 부부를 비롯하여 유럽사람, 터키 커플 등이 있었다. 팁박스를 계속 지켜보았다. 아무도 팁을 놓지 않는다. 일사분란하게 풍선을 올리고 착륙을 진행하는 터키 사람들, 그리고 쉬운 영어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안심시킨 pilot 이 나를 기쁘게 했다. A lifetime's experience 라는 자신의 이름과 pilot 의 이름이 새겨진 인증서를 나눠 주는데도 나 말고는 아무도 팁을 놓지 않았다. 나만 즐거웠던 것인가?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인가?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알람을 새벽 세시에 맞추고 잤다. 어제 ATV를 탄 피로에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에 깨자마자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확인했다.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훤하게 비추고 있고 별이 총총 다 보인다. 구름 한 점 없다. 마지막 남은 토마토 한개도 처리하고 오늘은 후련하게 화장했다. 이보다 더 상태가 좋을 수 없다. 네시에 로비에 나왔다. 어제는 한대 밖에 못 본 미니버스가 오늘은 무려 다섯대나 기다리고 있다. 오늘 Kapadokya ballons 에서 9개의 풍선을 띄운단다. 풍선 태우는 사무실 앞마당이 어제보다 훨씬 붐빈다.

풍선타고 높이 오르면 추울 줄 알았다. Light down jacket 까지 입고 나왔는데 웬 걸 열기구에 더운 바람을 불어 넣는 프로판 버너의 열기가 대단하다. 풍선이 오르는 동안 계속 더웠다. 가운데 pilot 의 구역이 있고 양쪽으로 4개의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Pilot 가까이 자리 잡으면 설명은 잘 들을 수 있지만 프로판 버너의 열기가 느껴진다. 그럴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풍선을 탄다면 딴청 부리다가 마지막에 승선하겠다. 그래야 버너에서 멀리 자리 잡을 수 있고 시야도 더 좋다.

해뜨기 전 수십개의(오늘은 50내지 60) 풍선들이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은 장관이다. 그러나 내가 예전에 보았던 사진들, 특히 컴퓨터 바탕화면용 사진들은 포토샵 처리를 한 것에 틀림없다. 풍선들은 빛에 바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색깔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채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동안 조작된 사진에 사기당한 느낌이라면 좀 심했나?

보통 한시간 예정인데 우리는 한시간 20분이나 하늘에 떠 있었다. 내가 탄 풍선이 거의 마지막 착륙한 세 개중의 하나였다. 아마도 마땅히 착륙지점을 찾지 못하여 우치사르 마을 상공을 가로지르느라 그렇게 된 것 같았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위를 지나길래 pilot 에게 내려 달라고 농담도 했다.

떠오르는 지점은 거의 비슷해서 풍선들이 서로 몸을 비비면서 출발했지만 착륙은 시간도 장소도 제각각이다. 도로 옆 공터에 착륙한 풍선, 계곡위 좁은 공터에 아슬아슬하게 착륙한 풍선, 우리처럼 버려진 밭 한가운데 착륙한 풍선 등등...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도 같이 죽지 않고, 같은 학교를 같이 졸업해도 다양한 생을 살다가 다양한 시점에 다양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풍선의 루트와 착륙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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