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꿀 때가 행복하다.
풍선의 basket 에 올라타자 이륙하기 전에 pilot 뷰랄이 두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첫번째는 "Do not jump out from the basket."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두번째는 비상착륙시의 basket 의 착륙방향과 자세에 대한 것이다. 열기구에 비상착륙이 있고 둥근 풍선에 앞뒤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로 이륙을 시작한다. 주변의 여기저기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직 해가 뜨지않아 어스름한 새벽하늘로 열기구들이 'kissing' 하며 떠오른다. 풍선의 옆면이 서로 부딪히는 것을 kissing 이라고 한다. 산 위에 이미 떠오른 풍선들이 보이고 우리 풍선도 천천히 카파도키아의 스머프들의 집 같다는 봉우리들을 스칠듯 지나면서 떠오른다. 이 순간이 짜릿했다. 나중에 7000피트 상공까지 올랐을 때는 땅위의 지형들이 조그맣게 보여 비행기 이착륙시에 보는듯한 풍경과 사실 유사했다. 이 풍선이 얼마냐고 물어봤다. 10만 유로정도 한단다. 얼마나 오래 pilot 했냐고 물었다. 18살부터 열기구 관련 일을 했고 지금 31살이니 13년 정도 했단다. 경비행기 조종면허도 있고 패러글라이딩 단독비행면허도 있단다. 패러글라이딩 회사를 차리는 것이 꿈이란다. 16살부터 꿈꿨단다. 속으로 참 어릴 때부터 꿈꿨네 했다. 하긴 난 그 나이에 독립하겠다는 꿈을 꿨구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가는 것이 내 꿈을 빨리 이룰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고 이 악물고 공부만 했는데... 하늘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이제는 내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소변욕구도 느껴진다. 드디어 착륙지점을 찾는 것 같다. 이미 지상에는 여러대의 풍선들이 착륙하여 풍선이 쭈그러 드는 것이 보인다. 우리는 우치사르 상공을 낮게 지나간다. 착륙지점을 찾느라 pilot 뷰랄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뷰랄은 지상팀과 무전연락하느라 바쁘다. 주택가의 지붕을 낮게 지나간다. 아마도 이 집들이 끝나는 곳에 착륙할 생각인 것 같다. 착륙할 때는 나도 긴장되었다. 착륙하고 간단한 샴페인파티를 하고 시계를 보니 이제 7시다.
꿈은 꿀 때가 행복하다. 꿈이 이루어지면 환희는 잠깐뿐... Pilot 뷰랄의 꿈인 패러글라이딩하는 회사를 이미 차려 꿈을 이루었으면 아마도 지금은 관광객이 없어 회사가 망할까봐 엄청 초조해 하고 있을 것이다. 꿈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 꿈에 딸려 있는 줄 모르던 근심과 걱정이 하나둘씩 달려들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을 계획할 때가 행복하다. 사실 여행길에 오르면 모든 것이 불편하고 음식도 입에 안 맞고 고생스럽다. 그러면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제 여행사에서 이메일이 왔다. 내가 3주간의 터키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비행기편이 운항취소되었단다. 그 다음날 비행기편으로 예약이 옮겨졌는데 혹시라도 그 날 꼭 귀국해야 한다면 아시아나에 대처방안을 물어보겠다고...
예상했던 일이다. 터키에 한국여행객이 없다. 터키에 있는 사람도 긴급한 용무없으면 철수하라고 외교부가 문자를 보내는데 한국에서 터키로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여행을 떠나겠나? 괴레메의 한식당 여주인도 다음주에 문 닫을 생각이란다. 몇 달간 일단 접어야겠단다. 이렇게 손님이 없으니... 내 마음이 흔들린다. 아시아나항공이 하루 더 터키를 여행하라는데 하루나 이틀 더 일찍 가겠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