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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5. 2016

진짜 터키탕에 갔다.

큰일 날 뻔했다.


카파도키아 괴레메에서 파묵칼레로 직접 가는 버스는 10시간 이상 소요되는 야간 버스밖에 없다. 야간 버스는 안 타겠다고 이미 마음을 정한 바라 중간 기착지인 콘야에 가서 하루 자고 그다음 날 파묵칼레를 가겠다고 버스표를 끊었다. 괴레메에서 아침 9:30 출발이다. 정원의 1/3 도 태우지 못한 버스를 타고 안탈리아 고원의 구릉 구릉 한 경치를 구경하며 잘 가고 있었다. 건조하여 누런 벌판이 계속된다. 엄청난 해바라기 밭이 계속되기도 한다. 스페인 남부의 풍경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농사짓는 마을과 마을 중심마다 항상 서 있는 모스크가 보기에도 너무 평화롭다. 잘 가꾸어진 집들을 보니 농가의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쯤 지났을 때 소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되돌아보니 아침 7시에 일어나 차를 두 잔, 커피가 맛있어서 두 잔, 혈압약 먹느라 물 반잔을 마셨으니 그럴만했다. 혹시 버스에 화장실이 있냐고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없단다. 휴게소에서 안 쉬냐고 물으니 안 쉰단다. 한 시간 뒤에 콘야에 도착한단다. 세 시간을 휴게소 한번 쉬지 않고 초반에 두 사람인가를 길에서 태우기만 했을 뿐 완전 논스톱이다. 결국 허리띠를 풀었다. 조금 뒤에 손으로 늘여잡고 있던 안전밸트도 풀었다. 조금 있다 텅 빈 뒷자리로 이동했다. 내릴 때가 30분쯤 남았을 때 승무원이 커피와 음료수를 승객들에게 제공한다. 나는 됐다고 했다. 대신 빈 플라스틱 병 없냐고 물었다. 없단다. 반쯤 남은 1.5리터 콜라병은 있으면서...

콘야의 버스터미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을 어제 예약했다. 내일 오전에 파묵칼레로 바로 떠날 생각이라... 호텔에서 스포츠센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길래 수영복만 챙겨서 갔다. 같은 건물에 있는 체련장, 수영장, 사우나, 터키탕이 구비된 별도의 휘트니스 센터였다. 드디어 터키탕이 무엇인지 알았다. 콘야의 Greenworld sports center는 완전히 남녀가 구분되어 있다. 우리는 수영장과 체련장은 남녀공용인데... 체련장의 시설은 좋으나 운동복을 제공 안 한다. 수영장은 수영모자를 꼭 쓰란다. 사우나와 터키탕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그 넓은 스포츠센터에 동양인은 나 하나다. 갑자기 나타난 동양 남자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중학교 정도 다닐 것 같은 호기심 많은 남자아이 몇 명은 서툰 영어로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슬람에서는 남자끼리라도 성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락카실에도 따로 혼자서 옷 갈아입는 방이 여러 개 있다. 락카실에서 우리처럼 훌떡 수영복으로 갈아입지 않는다. 사우나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고 내가 파악한 터키탕은 이렇다. 터키탕은 큰 방의 가운데에 큰 평상 같은 것이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대리석 평상은 찜질방처럼 따뜻하다. 이 대리석 평상 표면은 하얀 대리석 위에 색깔 있는 돌을 이용하여 소위 상감처리를 했다. 인도의 타지마할처럼... 그 정교한 아름다움에 장인의 수고와 노력이 느껴진다. 방의 둘레를 따라 수도꼭지와 대리석으로 만든 물통이 있다. 물통 옆에는 바가지가 두 개씩 있다. 물통 양 옆에 앉아 사용하는 바가지다. 물통에 물을 받아 바가지로 몸과 머리에 끼얹으며 몸을 씻는다. 샴푸도 하고 때 미는 수건 같은 것으로 아들이 아버지인지 할아버지인지를 밀어준다. 한국처럼 돈 받고 때 밀어주는 남자도 있다. 수영복 밖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은 나는 결국 터키 아저씨한테 샴푸만 얻어 머리만 감았다. 이제 감을 머리카락도 얼마 없지만... 터키탕 바로 밖에 여러 개의 개인 샤워실이 있다. 결국 남자끼리도 절대 성기를 노출하지 않고 목욕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터키탕에는 탕이 없다. 열흘만에 사우나도 하고 때도 불리고 진짜 터키탕 가봤다.

쉬지 않고 가는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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