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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5. 2016

Gorgeous Tour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혼자 가려면 두렵다.


카파도키아의 중심 괴레메지역을 여행한 사람중에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보지않고 지나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열기구투어를 하기위해 이 곳에 오지만 괴레메 야외박물관은 도심에서 걸어서 갈 수 있고 이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 곳인데 나는 못갔다. 시간이 없어서... 아니 안갔다. 다른 것 하느라 바빠서... 이 곳에서 4박이나 했는데도 말이다. 더운데 걷는 것은 질색이다. 낮 기온은 항상 30도를 넘는다. 습도가 낮아 그늘에서는 견딜만 하지만 야외박물관이라니...

이 곳에서 4박이나 하면서 한 것이라고는 열기구투어, 우치사르성 올라가보기, 그리고 gorgeous tour 이다.

난생 처음 사발스쿠터 ATV를 탔다.
 
처음은 우연히 우치사르의 허름한 스쿠터대여점을 찾아 스쿠터를 빌려서 타볼까 하다가 혼자서 스쿠터로 이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 위험한 것 같아 사발스쿠터 ATV 를 물어보니 ATV 는 항상 가이드가 있어야 한단다. 혼자도 가이드랑 둘이서 탈 수 있단다. 그래서 혹했다. 그런데 지금 낮에는 너무 더우니 Sunset tour 를 하란다.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두시간 타는 것이란다. 그리고 호텔픽업도 해준단다. 픽업하러 호텔로 5:30에 오겠단다. 정작 픽업은 우치사르가 아닌 괴레메에 있는 Gorgeous Tour 란 곳이었다. 가이드가 탄 ATV 를 그룹으로 줄줄 따라가는 것이다. 가이드 바로 다음에는 중국 광저우에서 온 젊은 처녀가, 그리고 나, 그리고 인도 잔지바르에서 온 아버지, 아들, 딸이 탔다. 결국 우리 일행은 가이드 포함 여섯이다. 나중에 안 것 이지만 작년 관광객 많을 때는 샵의 26대의 ATV 가 전부 Sunset tour 를 나갔단다. ATV 핸들은 오토바이 핸들 같지만 무거운 앞바퀴 두개를 좌우로 돌려야 하기에 연약한 여자 힘으로는 조향이 어렵다. 내 뒤에 따라오는 인도처녀는 그래도 좀 나았는데 예쁘장한 내 앞의 중국처녀는 영 아니다. 자연 우리 일행의 속도는 그녀에게 맞춰졌다. 잘 나가는 ATV 를 천천히 몰려니 성질 급한 나는 죽을 맛이다. 목 뒤와 복숭아뼈 옆에 문신까지 한 그녀는 사진 찍느라 바쁘다.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면서 달리면서 왼손으로 소위 액션캠까지 찍고 있다. 그래 그 나이 때는 사진 찍는 것이 중요하겠지. 이해하기로 했다. 너그러워 지기로 했다. 그러나 입에서 욕 나오기 직전이다. 중간에 쉴 때 그녀가 내게 묻는다. 왜 혼자 여행하시냐고? 그래서 그랬다. 내 성질이 더러워서 아무도 같이 안다닌다고 쏘아 줬다.

가이드 없이 단독으로는 ATV 를 빌려주지 않는단다. 나도 혼자 타기는 두렵다. 다음 날 오후 세시에 이번에는 우치사르에서 버스타고 어제의 gorgeous tour 에 직접 다시 갔다. 어제의 가이드는 없고 어제 못 본 친구 혼자 있다. 가이드와 둘만이서도 탈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럴 수 있단다. 그런데 가기 싫은 눈빛이다. 너무 더워서... 그것도 한명만 데리고... 돈이 안되는것이다. 마지못해 출발한다. 나는 어제 여기서 Sunset tour 했는데 내 앞의 중국처녀 때문에 짜증나서 혼났다. 그러니 오늘은 좀 다른길을 안내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된다고 한다. Sunset tour 하는 길 밖에는 ATV 가 못 다닌다고... 그러나 내가 타는 실력을 금새 파악하더니 내가 못 알아듣는 어딘가를 가봤냐고 묻는다. 당연히 안가봤다. 그래서 안내한 곳이 레드투어의 핵심인 세수녀봉이었다. 그리고 더 멀리 나를 안내했다. 산길뿐 아니라 중간의 포장도로에서는 액셀을 끝까지도 당겨봤다. 그러나 액셀을 끝까지 당겨도 소리만 요란하지 포장도로에서 최고 60km/h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어쨌든 어제의 갈증을 오늘 다 해소했다. 이렇게 신날 수가... 덥기는 정말 더웠다. 30도가 넘는 땡볕에 헬멧에 마스크까지 하고서... 아침에 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일은 아침에 열기구투어를 해야 하고 호텔도 우치사르에서 괴레메로 옮겨야 한다.

새벽에 열기구투어를 한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날 점심을 한국음식점에서 냉면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 Konya 가는 버스표를 사고나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어제 일찍 자서 그런지 새벽 세시에 일어 났는데도 몸과 마음 상태가 좋다. Gorgeous tour 에 다시 갔다. 어제와 같은 오후 3시에... 오늘은 네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점심 먹어야 해서 안된단다. 내가 기다리겠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나더니 담배를 피며 자기들끼리 터키말로 얘기를 주고 받는다. 누가 이 더위에 가이드 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것 같다. 누가 이 더위에 돈도 안되는 한명을 가이드 할 것이냐를... 매니저가 나더러 어제의 가이드를 원하냐고 물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제의 루트를 아니까 오늘은 다른 루트를 안내해 달라고... 다른 루트는 없단다. 이따 저녁에 sunset tour 를 하란다. 아무소리 안하고 그냥 앉아 있었다. 결국 어제의 가이드 세말이 ATV 두대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넓은 평야를 지나 괴레메의 입구인 Avanos 까지 나를 안내했다. Avanos 는 로마시대부터 도자기를 굽던 마을이고 이 근처에서는 제법 큰 강인 Red river 가 도시 한 가운데를 흐르는 아담하고 예쁜 도시이다. Avanos 에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기까지 했다. 고속도로 중간분리대가 없는 대신에 약간 움푹 패인 분리 공간이 있다. 딱 ATV 길이만큼의 폭인 고속도로 중간분리공간에 서서 차가 없는 틈을 타 건너려고 기다릴 때는 정말 긴장되었다. 긴장과 재미는 항상 같이 다니나 보다. 세말은 도저히 걸어서는 가 볼 수 없는 곳까지 나를 안내했다. 이 동네사람 아니고는 볼 수 없는 카파도키아의 경치를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인간에게 모험심과 탐험심은 기본적으로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동물의 왕국이나 바다의 신비같은 프로그램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척도가 될 수 있다. 아주 좋아하는 사람과 그저 그런 사람... 많은 사람들이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한다. 안 가본 길을 가고 싶어하고 처음 본 경치에 환호한다. 독일의 아우토반 같은 곳에선 자신이 얼마까지 밟을 수 있나를 시험하기도 한다. 그 땡볕에 내 가이드 세말은 모자도 헬멧도 안쓰고 오직 썬글라스 하나만 낀채 나를 안내 했다. 나는 머리에 손수건으로 두건을 만들어 쓰고 헬멧쓰고 먼지마스크하고 얼굴 탈까봐 요즘 유행하는 자전거용 햇빛가리개까지 하고 신나게 달렸다.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가는 길에... 가이드 세말이야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으니 어릴 때부터 익숙한 길이었겠지만... 원래 상품이 없는 길을 그 더위에 나의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켜 준 가이드 세말이 너무 고맙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혼자 가려면 두렵다. 그러나 든든한 가이드가 있다면 그 길은 가기 두려운 길이 아니다. 힐러리경이 셀파 텐징의 도움이 없었다면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올랐겠는가?

아바노스의 Red river 다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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