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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5. 2016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

심지어 구글도...


오늘은 파묵칼레의 입구인 데니즐리까지 여섯시간 타고 가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파묵칼레로 들어 가기만 하면 된다. 어제 한 낮에 콘야의 버스터미날에서 호텔을 찾아 오느라 불안해 하면서 왔던 길을 오늘도 걷기로 했다. 버스터미날은 정동쪽으로 500 m 정도만 가면 된다. 오전은 선선해서 배낭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아는 길을 갈 때는 마음이 편하다. 눈에 익은 길을 가며 주변을 둘러 볼 여유도 생긴다. 콘야의 변두리지만 근사한 아파트들 뿐이다. 우리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 않고 동간의 간격이 여유가 많다. 터키가 지금 국민소득이 만불이 넘어가면서 부동산 붐이 한창인가 보다. 금새 버스터미날에 도착했다.

어제 버스터미날에서 예약한 Gerdan hotel 을 찾아가느라 좀 헤맸다. 예약할 때 확인한 호텔의 위치는 분명 버스터미날의 정남향으로 700m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려 어느 쪽이 정남향인지를 스마트폰의 나침반을 이용하여 찾았다. 그러나 구글맵의 도보내비를 켜니 서쪽으로 가란다. 긴가민가하며 구글맵을 따라갔다. 끝에 가서는 유턴을 해서 돌아가야 하고 심지어 1km 가 넘는다고 알려준다. 지금 따라가는 이 큰 대로에서 무슨 유턴을 하라는 것인가? 유턴을 할 바에는 지금 건너가서 반대편 길을 따라가면 될 것 같은데... 그리고 어제 확인했을 때 정남인데 왜 서쪽으로 가라하지? 언제 나올지 모르는 호텔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난생 처음 온 이길을 혼자 긴가민가하며 갔다. 내게 시간이 충분히 많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속으로 위안하면서... 호텔간판이 보인다. 이제 됐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데리고 동네목욕탕에 갔다. 할아버지가 열탕에 들어가 몸을 누이며, "어이 시원하다." 하자 어린 손자가 시원한 줄 알고 발을 담그다 깜짝 놀라며 발을 뺐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이, '원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네!'

구글도 믿을만한 놈이 못된다. 콘야버스터미날의 위치가 잘못되었다. 실제보다 한블럭 위쪽으로 잘못 입력되었다. 어쩐지 구글의 스트리트뷰에서 확인할 때도 아파트 지을 공터만 보였다. 그 공터에 버스터미날이 들어섰을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다. 구글이니까...

금수저 흙수저하며 이즈음 우리 사회가 한창 논쟁 중이지만 부모 잘못 만나 발에 채이고 던져지며 학대받다 심지어 죽기까지 하는 아이들의 기사를 보면 어느 집안에 태어났나가 아니 던져졌나가 정말 중요하다. 자기 인생 행로의 기준점이니까...

콘야의 버스터미날 정말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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