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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04. 2023

인정과 헌신


'재혼 후 행복하려면'(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91302?sid=102 )이란 중앙일보 기사를 읽다가 인정과 헌신이란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재혼을 원하는 남녀 돌싱들의 설문조사 결과였다. 재혼 배우자에게 어떤 장점이 있으면 결혼 생활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란 질문에 남성은 '본인을 인정해 주면'이라고 가장 많이 답변했고, 여성은 '본인에게 헌신적이면'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고 한다.


이혼한 많은 남자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여자와 재혼하여 살고 싶단다. 인정받지 못하여 이혼했단 소리다. 인정욕구는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공산주의는 인간의 인정욕구가 본능이란 것을 인정하지 않아 몰락했다.'라고 했다.


외손자 도민이는 만 네 살이다. 지난 3월부터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직은 유치원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많은 사건을 만들고 있다. 자기 의지에 친구들이 동조하지 않으면 울기도 한다. 그리고 작은 사고도 친다.


"도민이가 사고 쳐서 선생님한테 전화 왔었어. 그래서 야단 좀 치려는데 죽어도 잘못했단 소리를 안 하네. 어쩜 저러지?"

"지민아,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고.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는 거지. 어렴풋이 잘못한듯한 느낌이 와도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큰 상처가 되는 거지. 잘했어? 잘못했어? 하고 따지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


누구나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 잘한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 겨루기가 본질인 모든 스포츠가 인정욕구를 채우는데 도움을 준다. 골프연습장을 가면 셀 수 없이 많은 하얀 골프공이 뿌려져 있다. 남들보다 잘 치고 싶은 본능의 결과다. 수영장이나 헬스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는 것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몸을 만들어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마초문화란 것도 본능인 인정욕구의 산물이다. 전쟁터에서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게 공격의 선봉에 서다 하나뿐인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영웅이라 인정해 준다. 그런 문화가 수백 년 아니 수만 년 지속되어 왔다. 인간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였다. 전쟁의 승패는 주로 남자들의 영역이다.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여 이혼한 남자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는 여자와 재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인정은 남이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보면 안다.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살아보지 않고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재혼시장이 성업 중인가 보다...


이혼한 많은 여자들이 본인에게 헌신적인 남자와 재혼하여 살고 싶단다. 남편이 자신에게 헌신적이지 않아 이혼했단 소리로 들린다. 헌신은 희생이다. 헌신의 사전적 정의는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함'이다. 즉 몸을 바치는 것은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대표적 헌신의 예는 종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철저히 하나님께 바쳐진 것이다. 세계를 구원하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받들어 목숨까지 바친 것이다. 수많은 성인들이 신 때문에 순교했다. 지금은 외면받고 있는 신들이 수천 년 동안 엄청난 헌신을 받았다. 이슬람 자폭 테러리스트 역시 알라의 소명을 받들어 목숨을 바친 헌신이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목숨 바친 사랑의 이야기는 아주 흔한 소재이다. 사랑은 그렇게 목숨 바쳐야 사람들이 진정한 사랑으로 인정해 준다. 전쟁 영웅을 인정해 주듯이... 목숨 바쳐 사랑이 하고 싶은 남자들은 제법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목숨 바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영화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 같은 기회만 주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장 아니 회사가 직원에게 헌신을 요구할 수 없다.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게 헌신을 요구할 수 없다. 신만이 인간에게 헌신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진정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그렇지만 신은 없기에 아무도 헌신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Royal Garden 골프장 옆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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