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를 찾고 있나요?
새로움 또는 새것의 반대는 헌 것 또는 낡음이 아니고 익숙한 것이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기대할 수 없다. 일상은 단조롭고 지루한 것이다. 일상을 떠났으니 여행은 항상 새롭다. 어느 계절, 어느 날씨,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떠났느냐가 다 다르기에 같은 여행이란 있을 수 없다.
자동차 신 모델의 등장은 항상 뉴스거리다. 신 모델의 개발을 위해 많은 돈, 시간과 인력이 투입됐으니 시장반응이 좋아야 많이 팔리고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신 모델을 만들어낸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조마조마하다. 시장의 반응이 승진이나 성과급에 영향을 주고, 안 좋을 경우 심지어 자리보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 외장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롭지만 친밀감이 느껴지는 디자인이다. 새로움이 강조되어 너무 튀는 디자인에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즉 새 차라는 신선함이 있어야 하지만 '갑툭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일단 거부감부터 느끼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습관적 일상이 아닌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친밀감은 익숙함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에 본듯한 또는 자신과 닮은 듯한 얼굴에 친밀감을 느낀다. 매일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본다. 수십 년 보아온 얼굴이다. 익숙한 모양의 디자인에 친밀감을 느낀다. 보기에 불편하지 않은 자동차여야 한다. 그러나 익숙함이 강조되어 너무 밋밋하거나 전에 본듯하면 새 차라는 존재이유가 훼손당한다. 미래를 앞서가는 자동차처럼 신선해야 하고 익숙한 모습이어야 한다.
'새롭지만 익숙한'은 전형적인 모순의 문제다. 이런 모순은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한다. 간혹 이런 모순을 기술적으로 해결하여 큰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모순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하는 모순은 물리적 모순이라고 한다. 물리적 모순의 예로 비행기의 랜딩기어장치를 들 수 있다. 착륙과 이륙 시에 꼭 필요한 비행기의 바퀴는 상공에서 순항중일 때는 바람의 저항을 불러와 속도와 연비에서 큰 골칫거리였다. 기술의 발달로 넣고 빼는 기계장치의 발명으로 해결했다. 모순을 시간적으로 분리한 것이다. 이렇게 시간적으로 분리하여 해결한 예는 많다. 사용할 때만 나왔다 들어가는 볼펜, 맥가이버칼로 유명한 잭나이프 등등...
한 개의 돌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들어온 얘기다. 그렇게 오랜 세월 버텨낸 것을 우리는 진리 또는 법칙이라고 한다. 동시에 모두 얻고자 하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를 기술적 모순이라고도 한다. 성능 좋은 자동차가 연비까지 좋기를 바랄 순 없다. 새 자동차 디자인은 신선함과 친밀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역시 동시에 존재할 수 없음을 원하는 모순이다. 풀 수 없는 모순의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돈도 벌며 자아성취도 하고, 역시 한 번에 두 가지를 얻고자 하는 모순의 문제 아닐까?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사람이 여행을 꿈꾼다. 그렇지만 새로움은 신선함과 경외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안전에 대한 불안(자기 집보다 안전한 곳은 없다),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샤워 온수꼭지는 어쩜 숙소마다 그렇게 다를까?), 전혀 다른 전통과 관습에 따른 이해하지 못할 애매모호함(언어는 소통의 도구인데 맥락을 이해 못 하면 아무리 언어가 유창해도 소통이 안된다)으로 여행자를 항상 긴장시킨다. 새로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지만 곧 익숙함을 찾게 된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과 친밀감을 원한다.
여행의 모든 문제를 익숙하게 해결해 주는 가이드나 동반자가 있다면 불편함이나 애매모호함에 불안해하지 않고 자신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즐기기만 할 수 있다. 인생도 한 번만 하는 여행이라면...
당신은 혹시 이런 동반자를 찾고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