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매년 생일을 맞는다. 주변에 사람이 많기에 생일도 무지 흔하다. 그 흔한 생일 중에 특별한 생일이 있다.
친구가 내일이 손주 백일이란다. 손주 백일에 할아버지가 무엇을 선물해야 하냐고 할아버지 선배인 내게 묻는다. 백일잔치는 옛날의 심각한 영아사망률에 따른 관습이다. 죽지 않고 백일을 맞으면 앞으로 생존가능성이 높으니 이름도 지어주고 출생신고도 했을 것이다. 백일은 생일보다 더 특별한 기념일이다.
손주 백일에 할아버지의 가장 큰(?) 선물은 2000만 원을 손주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10년 간 2000만 원까지는 증여세 면제다. 여유 있는 할아버지가 오래 살면서 10년마다 증여해 준다면 할아버지 오래 사시라고 매일 기도할지 모른다.
만 한 살이 되는 돌은 어쩌면 가장 특별한 생일이다. 아빠 엄마가 준비한 돌잔치에서 아기의 창창한 미래를 미리 보겠다고 (아기 앞에 놓인 물건 중에 가장 먼저 잡는 물건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를 부여한) 돌잡이를 꼭 한다. 가장 미래가 기대되는 생일이다.
육순, 칠순, 팔순 같은 예전 우리나라 나이세는 방식에 맞춘 생일과 만 60세를 기념하는 환갑과 환갑 이듬해의 진갑도 예전에는 특별한 생일이었다. 그러나 평균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나고 고령화되면서 이런 장수를 축하하는 생일들은 점점 그 특별함을 잃어가고 있다.
만 65세 생일도 아주 특별한 생일이다.
한국사회에서 공식적인 노인이 되는 날이다. 어르신이 되는 날이다. 국가의 모든 지원과 혜택이 만 65세부터 시작된다. 독감백신 및 폐렴백신 무료접종뿐 아니라 지하철 무료승차 혜택도...
2023.10.13일이 그날이다. 재거니가 만 65세 노인이 되는 날이다.
자축이란 자기에게 생긴 좋은 일을 스스로 축하하는 것이다. 겸손을 미덕으로 삼는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자축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자축하고 싶다. 너무 좋아 기쁜 것이다. 만 65년을 죽지 않고 살아냈다는 것이 난 자랑스럽다. 그리고 행복하다. 행복을 인정받으면 그 지속시간이 더 오래간다. 인정받고 싶다면 자축하자.
환갑이나 칠순 그리고 팔순이 되었는데 아직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면 기념수건을 만들자! 남이나 자식이 만들어주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이 만들어 돌리자. 내 환갑 때 기념수건 만들어 돌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운 좋게 칠순이나 팔순에도 건강한 몸으로 생일을 맞는다면 그때 또 만들란다. 친구가 내 환갑기념수건 어디서 만들었냐고 묻더니, 자신의 어머님 구순 기념수건을 만들어 돌렸다. 좋은 일 아닌가?
자축은 즐거운 것이다. 축하받고 싶다면 자축하자! 한 해를 무사히 살아냈음을 기뻐하자. 친구들한테 밥사고 술사자! 거의 매일 출근하는 동호회에는 떡을 돌리자!
오늘이 특별한 생일이고, 어르신에게는 매일이 특별한 날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