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FLOW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뛰어난 재능이 있지 않은 한, 글을 써서 부와 명성을 얻고자 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그러나 내적인 이유로 글을 쓰는 건 결코 낭비가 아니다. 우선, 글쓰기는 정리된 표현 수단을 우리의 정신에 제공해 준다. 글을 쓰면서 사건과 경험을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쉽게 회상하고 되살려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글을 쓴다는 건 경험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경험을 정리해 주는 자가 의사소통의 매체가 된다. 중략 그러나 다른 플로우 활동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중독이 되면 위험하다. 작가가 제한된 범위의 경험만을 하게 만들고, 다른 경험을 접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을 통제하기 위해 글을 쓰되 글쓰기 자체가 자신의 의식을 통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면, 글쓰기는 무한한 오묘함을 느끼게 해 주고 풍부한 보상을 받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p. 241
브런치스토리 하는 것이 왜 즐거운지를 정리해 준다. 5만 명이 넘는 브런치스토리 작가들이 왜 글을 쓰는지를 설명해 준다. 새로운 글을 작성하는 것도 즐겁지만, 몇 년 전에 작성한 글과 사진을 보는 것도 즐겁다. 그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갔는지를 회상하게 한다. 경험을 정리하고 경험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오묘한 즐거움을 준다. 지구상 어디에 혼자 있어도 결코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지금처럼 말이다.
호텔 부킹앱에서 4박을 예약했다. 내가 지불한 돈에 비해 호텔이 좋다. 리노베이션을 한지 얼마 안 되어 하얀색의 인테리어들이 아직 깨끗하다. 혼자 자기에는 큰 킹사이즈 침대가 좋다. 왼쪽은 잘 때만 사용하고 오른쪽은 책 읽고 노트북 보며 뒹굴 때 사용한다. 큰 TV는 스마트 TV라 유튜브를 볼 수 있다. 배드민턴 경기 영상을 비롯해 볼 것이 많다. 변기와 샤워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고 세면대가 별도로 오픈된 공간 가운데 크고 긴 테이블에 있다. 이 테이블과 세면대가 참 편하다. 혼자 뒹굴기에 모든 시설이 완벽하다. 아침식사도 1층 로비에서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보통 첵아웃하기 전날 다음 숙소를 예약한다. 나의 방랑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너무 좋은 호텔에서 마지막 밤 고민했다. 그냥 이 호텔을 추가로 5박을 더 연장할까? 5박 뒤에는 귀국이다. 그러면 이 호텔에서 무려 9박을 하는 것이다. 방랑(여행)을 시작한 것은 일상을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호텔의 안락함과 편암함이 방랑을 멈추고 정주하라고 한다. 이 호텔에서의 생활이 일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편안하고 안락한 호텔을 이 근처에서 찾을 것 같지 않다. 소위 가성비가 좋다. 좋아도 너무 좋다.
호텔을 옮겼다. 너무 좋았지만 일상이 되고 습관이 된 것 같아서...
예상대로 옮긴 호텔이 전보다 좋지 못했다. 깨끗하지만 오래되어 구조가 진부하다. TV는 작고 케이블 TV라 YTN 뉴스는 볼 수 있지만 유튜브는 못 본다. 그마저도 첫날은 작동 안 되어 프런트에서 사람을 보내어 고쳤다. 셋톱박스와 TV 연결케이블을 누가 빼갔단다. 새로운 적응의 시간이다. 애매모호함 속으로 자진해서 옮긴 것이다. 주변의 새로운 식당을 찾아야 하고, 한 잔 할 새로운 술집도 찾아야 한다.
새로운 것은 다 애매모호하다.
중독이 위험한 것은 다른 경험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편하고 좋은 것을 찾으면 습관적이 되기 쉽다. 좋았던 음식점을 계속 다시 찾게 되는 것도 습관이다. 더 좋은 경험을 줄지도 모르는 음식점을 평생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습관화된 일상은 중독과 마찬가지다. 안주하는 습관이나 계속 갈망하는 중독.
플로리다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90대 노인들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좀 더 모험적으로 살지 못한 것이 제일 후회된다고..."
모험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요양원 입소 전에 다 세상을 떴다. 사고사나 객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