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FLOW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사드는 가학을 즐거움의 한 양식으로 변화시켰는데, 사실 잔인함은 좀 더 정교한 능력을 개발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즐거움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방해하지 않고 삶을 더 즐겁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소위 '문명화된' 사회에서 조차 사람들은 폭력에 매혹된다. 폭력의 역사는 그야말로 유구하다. 로마인들은 검투사의 전투를 보며 즐거워했으며, 빅토리아 인들은 테리어 견이 쥐를 물어뜯는 장면을 보기 위해 돈을 냈다. 스페인 사람들은 소를 죽이는 행위에 존경심을 가지고 돈을 지불했으며, 복싱 역시도 우리 문화의 한 산물이다. p.135
많은 영화가 폭력을 찬양한다.
죽고 죽이는 장면을 어떡하면 사람들에게 더 잔인하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점점 더 그 기술이 발전하여 눈뜨고는 못 볼 화면을 만든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죽이고 때려 부수는 장면으로 가득 채워야 사람들이 몰입한다. 그리고 소위 천만명의 관객을 모을 수 있다. 만들어지는 영화 중에서 점점 액션물(살인물 아닐까?)의 비중이 늘어난다. 혹시 당신도 범죄도시 1, 2, 3을 다 보셨나요? 재미있던가요?
학교 폭력이란 것도 호모 사피엔스의 DNA에 내재된 폭력성 아닐까요? 저 같은 어르신들은 12년 동안 폭력이 난무하던 학교를 다니시지 않았나요? 교사들의 폭력은 이제 거의 없어진 것 같은데 학생들 간의 폭력이 이즈음 문제되는 거지요. 교사들의 폭력이 일상이던 시대가 그리 오래전 아닙니다. 그런 교사들이 은퇴하여 아직도 숨 쉬고 있을 테니까요.
육상과 수영은 순전히 개인의 신체적 능력을 겨루는 스포츠지만, 상대가 있고 상대와 겨루는 다른 모든 스포츠는 상대를 속여야 이긴다는 것을 아시나요? 물론 신체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수준에 오른 선수들 간에는 속고 속이는 기술의 우월함으로 승부를 냅니다. 이즈음 제가 열심인 배드민턴도 초보를 벗어나면 상대를 속이는 기술(deception skill)이 중요해집니다. 스매싱할 듯 드롭하고, 오른쪽으로 칠 듯 왼쪽으로 치고, 헤어핀할 듯 길게 올리고 등등. 결국은 상대를 맥 빠지게 해야 승리합니다.
사람들은 승리에 열광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광화문의 열기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시죠? 죽어라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중 전체가 플로우를 경험합니다. 미국 메이저 야구 리그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성적은 매일 뉴스가 됩니다. 유럽 프리미어 축구리그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의 소식도 뉴스가 됩니다. 9시 뉴스 끝에는 따로 스포츠 뉴스만을 전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온갖 프로 스포츠들이 뉴스 시간을 채웁니다. 당신도 이런 스포츠 성적에 관심 갖는 사람 아닌가요?
도박과 게임에 몰입되는 것도 승부에 대한 집착 아닌가요? 승부가 있으면 사람들이 더 쉽게 몰입합니다. 심지어 플로우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너무 심해지면 중독이라고 하지요. 골프는 정지하고 있는 자기 공만을 칩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아주 정적인 경기를 사람들은 다양한 내기로 변형시킵니다. 돈을 따고 잃는 게임으로 만들면 더욱 경기에 몰입하고 심지어 천 원 이천 원에도 언성을 높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존재를 잊고 몰입하면 행복합니다.
존재는 항상 불안하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하고 결국은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으면 행복할 수 없지요. 그러나 몰입의 시간이 과도하여 다른 좋은 이야기를 만들 가능성을 차단하면 중독이 되는 것이고, 몰입 자체가 좋은 경험이면 플로우를 경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플로우를 자주 경험하며 살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플로우를 경험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