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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Oct 02. 2023

아장아장 vs. 비틀비틀

15개월 된 손녀 도은이가 아장아장 걷는다. 돌잔치 때도 걷지 못하더니 어느 날 갑자기 걷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 이후론 절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걸음걸이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뒤뚱뒤뚱 비틀비틀. 잠시라도 나 혼자 도은이를 보게 되면 넘어질까 봐 걷는 도은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도은이 발바닥을 만져보면 말랑말랑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이렇게 말랑말랑할 수 있을까?


발바닥 패드 위축증이란 것이 있다. 발 뒤꿈치 바닥이 걸을 때마다 아픈 것이다. (족저근막염도 걸을 때 발바닥이 아프지만 아픈 위치가 조금 다르다.) 발바닥 패드 위축증의 원인도 다름 아니고 노화다. 발 뒤꿈치 바닥의 충격을 흡수하는 지방층이 빠져나가 뼈와 피부(가죽?)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이다. 발 뒤꿈치를 만져보면 느낄 수 있다. 뒤꿈치뼈가 만져지는 촉감이 젊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도은이의 발뒤꿈치와는 비교불가다. 노화로 생긴 질병의 치료방법은 뻔하다. 신발 바닥에 쿠션 내지 패드를 대는 것이다. 집에서도 맨발로 다니지 말고 쿠션 있는 실내화를 신고, 모든 신발(등산화, 배드민턴화, 골프화)에 쿠션패드를 넣는 것이다.  


도은이만 할 때부터 걷기 시작했으니 이제 걸을 만큼 걸었다. 엄청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63년 동안 365일 매일 평균 3킬로미터를 걸었다면 68,985km를 걸은 것이고, 매일 2km를 걸었다면 45,990km를 걸은 것이다. 지구의 둘레가 약 40,000km라 하니 어르신 되는 동안 걸어서 지구 한 바퀴 돈 셈이다.


나이 들면 뒤뚱뒤뚱 비틀비틀 걷는다. 아장아장 걷는다고 하지 않는다. 파킨슨병에 걸려 남보다 일찍 비틀거릴 수도 있지만, 관절들이 노화하고 근육이 빠져나가면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진다. 뇌가 쪼그라드는 것도 노화인데, 모든 운동을 담당하는 소뇌의 위축은 균형감을 떨어트린다. 전형적인 어르신들의 걸음걸이가 되었다가 결국은 걷지 못하고 눕는다. 호모 사피엔스가 걷지 못하게 되면 급격하게 노쇠해진다. 그리고 곧(?) 마지막이다. 그래서 걷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힘찬 걸음걸이가 유지될 때까지가 건강수명이다.(그렇다고 매일 마냥 걷는 것이 건강수명 증대에 좋은 것은 아니라고 어느 노년내과 의사는 주장한다. 균형감을 키우는 운동과 근육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아장아장 걷는 도은이의 걸음걸이는 점점 좋아지다 아름답고 우아해질 테지만, 어르신인 나의 걸음걸이는 이제 점점 나빠지다 비틀비틀해질 뿐이다. 도은이 걸음걸이의 미래는 밝지만 내 걸음걸이의 미래는 없다.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보면, 나중에 비틀거려도 억울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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