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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Nov 09. 2023

Overuse

Overuse를 번역하면 우리말로 '과사용'이다.


만 50세가 넘어가면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다. 누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그때 하는 말이 있다.

"국산을 50년 쓰면 잘 쓴 거야. 미제도 아니고..." 미제라면 환장하던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은 이해한다. 한 때 'Made in U.S.A.'가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Made in USA'는 짝퉁이었던...


아침에 우체국에 급히 보낼 서류가 있어서 오픈런으로 처리하고 근처 맥도널드에서 내가 좋아하는 팬케이크로 아침을 하려고 일방통행 골목길을 운전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어기적 거리며 걷는 어르신들이 유난히 내 차 앞을 막는다. 아침 9시 직후인데… 어르신들은 이 시간에 어기적거리며 어디를 가고 있을까 궁금하네.


나도 곧 아니 언제 저렇게 걷게 될지 모르니 천천히 가자. 분당 정자동에 사시던 아버지가 자전거와 부딪혔다던 기억이 난다. 저렇게 어기적 거리며 걷다가 갑자기 어르신이 방향을 틀면 자동차나 자전거와 충돌하기 십상이다. 어린이와 어르신의 행동은 예측이 안된다. 조심하는 수밖에...


나이가 들면 결국 자세가 흐트러진다. 뼈를 지탱하는 근육이 노화하여 늘어지면서 뼈를 꼿꼿하게 지탱해주지 못한다. 서 있는 것뿐 아니라 걷거나 뛰거나 하면 더욱 근육의 힘과 미세한 조정능력이 필요하다. 꼿꼿한 자세와 우아한 움직임을 만들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노인이란 이미 자세가 흐트러진 사람을 말한다. 꼿꼿한 걸음걸이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어깨가 꾸부정하고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부자연스럽다. 땅을 차는 씩씩한 걸음걸이가 안 나온다. 국군의 날 행진하는 군인들의 걸음걸이는 부자연스럽지만 힘차고 씩씩해 보인다. 그런 걸음걸이를 만들 수 없다. 최근에 몰입해서 보았던 '헤어질 결심'이란 영화에서 여주인공 서래의 꼿꼿한 자세에 반해 불륜을 저지른 주인공 형사가 떠오른다. 꼿꼿한 자세가 아름답고 우아하다. 이제 그런 자세를 만들지 못한다.


오늘은 골프약속이 있는 날이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 물론 움직일 때만...


오른손잡이인 나는 오른손으로 배드민턴 라켓을 잡는다. 이 경우 오른발을 뻗으며(무릎을 구부리고) 셔틀콕을 타구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른 무릎이 왼쪽 무릎보다 충격을 많이 받는다. 배드민턴 스텝을 좀 배우고 나서 발목이나 고관절보다 나는 무릎의 부상이 먼저 올 것을 알고 있었다. 대학생 시절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설악산을 종주하면서 무릎을 다쳤었다. 크게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니고 여름 산행에서 무리한 뒤, 가을 산행에서 무릎이 너무 아파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조금만 무리한 산행을 하면 무릎이 아파 걷기 힘들었다.


드디어 마침내 오른쪽 무릎이 배드민턴 때문에 아프기 시작한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다. 사용할 만큼 사용한 것이다. 아직 무릎에 물이 차거나 하지는 않지만 계단을 내려갈 때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절뚝거릴 수밖에 없다. 이 무릎으로 얼마나 더 배드민턴을 칠 수 있을까?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은 간단하다. 과사용이다. Overused! 과사용의 처방도 간단하다. 일단 좀 쉬는 것뿐이다.

무엇을 배드민턴을... 어르신은 쉰다는 것이 이제 그만하는 것이다. 포기하는 것이다. 아직은 포기할 수 없다. 무릎보호대 아니 이제는 무릎지지대 착용하고 악착같이 0veroveruse 할 수밖에...


육신은 과사용하여 거의 수명이 다해가는데 머리는? 두뇌가 수명이 다하면 치매가 오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아무리 치매 예방법을 유튜브에서 찾아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치매 걸린 노인이 장수하면, 본인은 아무 문제없지만 주변에 짜증 나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육신이 망가져 누워있는 똘똘한 노인네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보는 사람을 마음 아프게 하고 본인은 더 마음 아플 뿐이다.


당신은 어느 쪽을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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