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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Nov 05. 2023

새 중고차 입양

새 중고차라니...


중고차라도 내게 처음이면 새롭다. 자동차를 유지하는 비용 중에 가장 큰 것은 자동차의 감가상각 비용이다. 신차는 보통 3년 내지 5년이 지나면 50% 정도의 감가가 발생한다. 50% 이상 감가된 중고차는 감가 되는 기울기가 아주 작아지지만, 수리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수리비가 감가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난 중고차가 편하다. 새 차는 흠집이라도 날까 봐 왠지 부담스럽다.


1978년 겨울,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박사학위 받은 1987년부터 자동차를 소유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21번째 자동차를 입양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동물을 입양하는 마음과 내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설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생이 달라지듯이, 새로운 자동차와 함께 하는 생도 달라진다. 반려동물의 아픔에 공감하듯이, 자동차의 고장이나 손상에도 나는 아픔을 느낀다. 반려동물이 새로운 행복을 가져오듯이, 새 자동차는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예방주사를 맞히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살피듯이, 자동차의 상태를 살피고 예방정비를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찾듯이, 새 자동차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검색한다.


새 중고차는 2014년형 아우디 A7 3.0 TDI다. 11.7만 킬로를 달렸다.


자동차 회사마다 디자인 철학이 달라 자동차의 조작 버튼이나 배열이 회사마다 다르다. 매뉴얼을 보며 자동차의 조작버튼 다루는 법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다. 경고등의 종류와 내용도 다르다. 그 다름을 하나씩 이해하는 과정이 즐겁다. 신차가 주는 즐거움은 딱 세 달이지만(세 달이 지나면 확실한 중고차다), 새로운 중고 자동차가 내게 주는 즐거움은 1년 이상이다. 1년 정도 지나 엔진오일을 교환할 시기가 도래해야 일상이 된다. 새로운 자동차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했고 자동차의 상태도 이제는 파악이 다 됐다. 일상이 된 것이다.


산속 농막에서 자발적 독거를 하고 있는 친구는 2살 된 비숑을 입양하고 일상이 달라졌다. 농막에서의 아주 한가한 일상이 무척 바빠졌다.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시켜야 하고 산책 후에는 빗질을 열심히 해줘야 한다. 풀숲에서 달라붙은 진드기와 같은 벌레들을 빗어내야 한다. 비숑이 반려하고 있으니 심심하지도 않고 마음도 안정되지만 문제는 서울나들이다. 아파트에 반려견을 데리고 오면 아무 데나 싸대는 똥오줌 치우느라 정신없고, 그렇다고 농막과 가까운 견치원(반려견을 매일 돌봐주는)이나 견호텔에 맡기기는 돈이 너무 아깝다. 결국 반려동물 때문에 자유를 구속당했다.


자신의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는 가을이(비숑 프리제의 이름)를 입양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 비해 자동차를 입양하는 것은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유를 만끽하게 해 준다. 아무 때나 어디든지 훌쩍 떠날 수 있다. 생존하기에 필요한 모든 것 싣고서 차박이나 백패킹을 떠날 수 있다. 쉽게 일상을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나는 매일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 이것도 일종의 병이다. 지랄병...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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