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어르신인 친구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궁금한 것을 못 참는(그래서 가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나는 메시지를 날렸다.
나: 연애하느라 바쁘다는 소문이 들리네...
독거노인: 거기까지 소문났어? ㅋㅋㅋ
나: 뉴스에 났더구먼.
독거노인: ㅎㅎㅎㅎ
사실이네. 좋은가 보다. 지금 친구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자발적 독거를 하는 선배와 친구도 있지만 이 친구는 자발적 독거가 아니다. 다음 주에 만날 약속이 있으니 만나서 물어봐야지...
독거노인이 독거여인과 연애한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은 여러 가지 문제로 복잡하지만, 연애는 그 자체만으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알겠는가? 독거와 독거가 만나 동거가 될지...
연애는 사랑일 수 있다.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는 것이라면 그 연애는 사랑일 수 없다. 끊임없이 결혼 이후를 생각하며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저울질의 결과가 연애의 종말을 가져온다.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거나 딸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가 제법 많기에 드라마의 좋은 소재다.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결혼은 계약이자 거래고, 그 거래가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히 밑지는 거래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키운 내 자식의 값을 매길 수 있을까? 결혼 시장에서 내 자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외모, 학력, 직업, 부모의 재력, 건강 등 거래가 이루어지는 결혼시장에서 어떻게 값을 매길까?
지인이 차를 사야겠단다. 타고 다니던 차가 10년 가까이 되어 고장 나기 시작했고, 자식들의 혼사가 수년 내에 예상되니 차를 바꿔야겠단다. 벤츠여야겠단다. E-class와 S-class 사이에서 엄청 고민한다. 결혼시장에서 자식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라고 이해했다.
초혼이나 재혼을 앞두고 있거나,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결혼 적령기에 들었다면, 결혼을 사랑으로 할 것이냐? 거래로 볼 것이냐를 미리 마음먹고 있어야 한다. 정하고 있어야 혼란이 없다. 자식의 결혼과 관련하여 갈등이 있는 부모 자식들이 제법 많다. 자식은 사랑으로 결혼하겠다는데, 부모는 자신이 그랬듯이 거래일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거래이면서 사랑까지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면 결혼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랑은 그냥 좋은 것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사랑을 거래 속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괜찮은 거래란 명확하다. 얼마의 이득을 보냐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득이 기대치보다 크면 만족할 것이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크게 실망한다. 그렇지만 기대치가 구체적이지 못한 경우가 있다. 무조건 큰 이득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갖고 하는 것을 투기라고 한다. 투기는 쪽박 차기 십상이다.
기대치가 처음엔 비교적 구체적이고 만족스러웠는데 시간이 흘러 변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득에 비해 자신이 얻은 이익이 형편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다. 보통 중년이 넘은 여인들의 고등학교나 대학교 동창모임이 그런 판단의 장소가 된다고 하면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비난받을까?
사랑이란 무엇인가?
실존하는 개념인지도 불확실한 사랑에 대하여 많은 정의와 설명이 있다. 너무 많다는 것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젊은 날의 사랑은 성적흥분에 지나지 않다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고, 아낌없이 내 모든 것을 주는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정의도 있다. 중년의 사랑은 뻔한 익숙함처럼 습관에 지나지 않고, 노년의 사랑은 상호의존이라고도 한다. 이 불명확한 개념인 사랑이 시간이 흐르면서 요물처럼 변화한다. 처음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성혼선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망각될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밞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 되리니
- 레미 드 구르몽의 '낙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