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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Dec 10. 2023

서울의 봄


'서울의 봄'이란 영화가 이즈음 핫하다. 영화와 실제 12.12 군사반란의 차이에 대한 설명도 인터넷에 많이 떠돈다. 1000만 관객 영화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래서 기회가 오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특별한 일 없는 토요일 오후(이즈음 거의 특별한 일 없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없으니) 영화관을 검색했다. 자주 가는 씨네큐브에서는 상영하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아리랑 씨네센터에서 저녁 7시에 상영한다. 시간 맞춰 혼자 걸어갔다. 900미터, 도보로 14분이라고 네이버맵이 알려준다. 아리랑 씨네센터는 성북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영화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반 요금은 7,000원, 경로우대 할인권은 4,000원이다. 이즈음 경로우대 할인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돈 버는 것 같아서...ㅎㅎ


토요일 저녁 영화관 로비는 가족임에 틀림없는 사람들로 제법 붐볐다. 10분 전에 도착해서 티켓팅을 하는데 이미 2/3 정도의 자리가 차 있었다. 뒤편 가운데 로얄석에 딱 한자리가 비어있다. 물론 앞 쪽에 빈자리가 몰려 있다. 둘이나 셋이 표를 사다 보니 애매하게 남아버린 좌석이겠지만 그 한자리가 나를 위해 남겨진 자리란 생각이 든다. 착각일까? 


사람들은 왜 영화를 함께 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영화 상영 중간에 대화를 나누지도 못하고, 몰입해서 보게 되는데...  관성이나 습관 아닐까? 극장에서 데이트하던 습관, 좋은 곳은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는 관성.


좋은 영화는 상영 중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관객을 몰입시키면 좋은 영화다. 그리고 여운까지 남기면 더 좋은 영화다. '서울의 봄'은 더 좋은 영화다. 내게 여운을 남겼으니...


신문사 비평에서 읽었다. '서울의 봄'을 보고 나니 군사반란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순간이 10번도 더 있었다고... 그 10번도 넘는 순간에 결정적인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반란이 실패했을 거라고.  그렇지만 난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우월감과 탐욕에 가득 찬 반란의 주동자들은 목숨을 걸고 플랜을 짜고 시작한다. 목숨을 걸고 덤벼드는 세력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다. 평온하던 일상이 갑자기 혼란에 빠진다. 정보도 충분하지 않으니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한다. 그런 상황파악도 안 된 아수라장에서 물러서지 않고(도망가지 않고) 명분을 생각하고 본분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명분과 본분을 지켜 승리하면 영웅이 되지만, 만약 패하면 죽음이나 죽음보다 못한 굴욕이 기다릴 뿐이다.

사람들은 열렬히 승리한 영웅을 환호하지만, 자신이 영웅이 될지도 모르는(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험(목숨이 될 수 있다)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 승리(불법이라 할지라도)할 쪽에 붙거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느니 하다가 이도저도 안되면 36계 줄행랑이다. 하나뿐인 목숨은 보전해야 하니까...


특전사령관이 부하들에게 사령부를 떠나라고 명령한다. 곧 공수부대가 자신을 체포하러 들이닥치는 것을 알고. 다 떠나는데 부관만이 혼자 총 들고 남는다. 사령관이 어이없어하며 한마디 한다.

"오진호 너 똑똑한 줄 알고 데려왔는데, 좀 모자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사령관이 사령부를 버리고 도망칠 순 없다. 부관이 상관을 놔두고 떠날 순 없다. 본분이고 명분이지만 하나뿐인 목숨과 바꾼다면... 만약 부관마저 떠나고 사령관 혼자 남았다면 총격전이 발생했을까? 그리고 자신을 지키다 죽은 부관 생각에 살아 남은 사령관은 더 큰 죄책감과 좌절감을 안고 살게 된 것은 아닐까?


영화는 끝까지 항전하는 수도경비사령관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전사한 특전사령관 부관도...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12.12. 군사반란의 주역들을 심판했다고 하지만(사형시켰어야 제대로 심판한 것이겠지), 패한 영웅들에게 대우나 보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난세에 영웅 난다는데 지금(기후위기, 빈부격차, 저출산, 고령화, 환경오염)이 난세 아닐까?

어느 아파트 주출입구가 환상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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