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가 아마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겠지.
다음 달에 만 5살이 되는 외손주 도민이가 유치원 방학이란다. 그래서 애엄마가 수목금 3일 캠프를 신청했는데 캠프가 매일 DDP 4층에서 오전 10:30부터 오후 5시까지란다. 캠프 등원과 하원을 해줄 수 있냐고 딸이 묻는다. 이럴 때 아주 냉정해야 한다. 딸의 부탁을 책임이나 의무로 생각하면 안 된다. 부탁은 부탁일 뿐이다.
"등원은 나 못해! 나 아침마다 배드민턴이 10시부터인데 등원해 준다는 것은 배드민턴을 포기해야 하잖아. 나 포기 못해! 5시 하원은 해줄 수 있어. 아직 그 시간에 잡힌 일 전혀 없으니까..."
DDP 부근 도로를 차로 다니면서 건물 참 독특하게 지었네하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가 본 적 없다. 디자인이란 것에 특별한 관심도 없고, 전시회도 나와는 무관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민이를 픽업하느라 처음 DDP를 경험했다.
'디키디키'를 내비 찍고 가니, DDP 지하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주차장이 우선 간격도 넓고, 여유가 많다. 지하로 내려가는 램프도 아주 널찍하다. 리무진이라도 전혀 무리 없이 내려갈 수 있겠다. 이런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신나서 하겠다. 디키디키를 네이버 지도에서 찾으면 '키즈카페, 실내 놀이터'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래서 그냥 보통 키즈카페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마무시하게 큰 키즈카페였다. 아니 어마무시한 실내 놀이터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서 제법 비싼(네이버 지도 홈 알림에서 보니) 겨울방학 캠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캠프 시간 전후로 키즈카페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첫날 도민이 하원을 위해 5시 10분 전에 디키디키에 도착했다. 처음 가는 곳은 난 항상 일찍 도착한다. 시간에 쫓겨 우왕좌왕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막 캠프가 끝나 아이들 픽업을 위한 엄마들이 많이 보인다. 나 같은 할아버지는 안 보인다. 30분 정도 실내 놀이터에서 보호자 동반하에 놀 수 있다고 한다. 도민이가 더 놀겠단다. 보호자 동반이니 도민이 주변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신발 벗고...
15분 정도 놀더니 집에 가잔다. 딸네 집까지 20분 정도 운전하는 동안 뒷좌석의 도민이가 몇 분 남았냐고 계속 묻는다. 몇 분 뒤에 어두워지냐고도 계속 묻는다. 어둡기 전에 집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린다. 오늘 얘가 왜 이러나 했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니 도민이가 잠들어 있다. 너무 피곤했던 것이다. 오늘 캠프 첫날 아침부터 너무 힘든 시간 보낸 것이다. 피곤하면 투정을 부린다. 심지어 할아버지한테도...
디키디키에서 무료주차 두 시간을 넣어줬던 것을 기억하고, 둘째 날은 3시 반에 DDP 주차장에 도착했다. DDP를 둘러볼 요량으로... 정말 크고 근사한 건물이다. 유명한 여류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오늘 새삼 존경을 표한다. 이렇게 근사한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자리라 우선 면적도 엄청 넓다. 그리고 우아한 공간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전체를 둘러보면서 서울에도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었는데 왜 내가 이제야 와봤을까 생각했다. 외국인(관광객 포함)들이 간간이 보이지만 DDP 내부의 전시장이나 주변 공간에 사람이 별로 없다. 겨울이라 콘텐츠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 나는 더 좋다. 아주 여유로운 공간이다. 데이트하는 젊은 남녀들도 보기 좋다.
여유 있고 우아한 공간을 오늘 발견했다. 추운 겨울에도 좋았으니 따뜻한 봄가을에는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