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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y 10. 2024

어르신의 컨디션

나이 들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오늘 아침 컨디션이 좋다. 오늘은 9시에 배드민턴 레슨도 있는데 다행이다. 어제와 그제는 컨디션이 별로였다. 3일 전부터 열은 없는데 목이 좀 불편했다. 왜 오늘 컨디션이 좋은지 생각해 보니 어제저녁부터 목감기약을 먹었다. 심지어 항생제까지… 감기약에 당연히 소염진통제가 들어 있다. 어제저녁과 오늘 아침 소염진통제 먹었으니 아침마다 뻐근하던 관절과 근육이 말랑말랑해진 것이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다고 느낀 것이다. 이즈음 목감기가 자주 온다는 생각이 든다.


재거니: 의사 선생님 이즈음 목감기가 자주 오는 것 같아요. 두 달 전에도 와서 약처방받은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 나이 드셔서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 거예요. 그래도 약 드시면 금세 낫잖아요. 약 드셔도 낫지 않는 어르신 많아요. 아프시면 괜히 참지 말고 바로 오세요. 오늘은 주사 한 대 맞고 가시고 4일 치 약처방했으니 안 나으면 다시 오세요.




지난주에 코치 선생님 배드민턴 샵을 방문했다. 최근에 새로 이전 오픈했다는데 신발 사러 갔다. 인터넷 쇼핑에서 5만 원짜리 배드민턴화만 사 신다가 이제 나도 좀 좋은(?) 신발을 신어보려고 큰맘 먹고 갔다.


배드민턴 코치: 재건님 이렇게 오래 배드민턴 치실줄 몰랐는데요.

재거니: 2년 반이나 쳤으면 많이 친 것인가요? 두세 달 하다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처음 체육관 왔을 때 코치선생님 얘기한 것 아직도 기억해요. 배드민턴 치다가 몸이 이상해지면 본인 밖에는 모르니까 본인이 조심해야 한다고...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어르신이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다. 


동호회 회원들과 어울려 신나게 게임하다가도 가끔 안 보이는 회원이 떠오른다. 조용히 배드민턴을 접은 것이다. 자신의 의지로 접은 것이 아니다. 육체가 이제는 배드민턴이 무리라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나도 어느 날 갑자기 그 신호가 올지 모른다. 언제든 갑자기 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2년 반이면 충분히 즐길 만큼 즐긴 것 아닌가?


그렇게 매일 신나서 쳤으니...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아침마다 땀 내고 황홀한 뜨거운 샤워를 즐긴다. 뜨거운 샤워 물줄기에 머리를 완전히 넣고 두 손으로 벽 잡고 서 있으면(영화의 한 장면처럼) 너무 황홀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배드민턴에 중독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땀 낸 후의 샤워에 중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샤워하고 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걸고,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를 생각하면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일 행복감을 느낄 때, 갑자기 신호가 올 수 있다.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 지금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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