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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19. 2016

마추픽추에서 본 아버지와 아들

아들과 같이 담배피는 아버지

마추픽추를 내 눈으로 직접 본 순간 가슴이 저림을 느꼈다. 전 세계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역시 놀라운 곳이었다. 꾸스코부터 고산병 증상과 함께 기차를 이용하여 바로 밑 아구아 깔리엔테스에 저녁에 도착하였다. 하루 자고 새벽에 일어나 셔틀버스를 타고 오른 공중도시 마추픽추는 남미여행의 하이라이트 임에 틀림없었다.

눈 앞의 와이나픽추는 거의 직벽에 가까와 엄두를 못내고 근처의 잉카브릿지와 Sun gate를 둘러보았다. 산등성이에 보이는 Sun gate는 계속 오르막길을 한시간은 걸어야 하는 곳에 있다. Sun gate에 도착하여 쉬고 있는데 아버지와 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남자 둘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젊은 친구가 생수병에 무엇인가를 털어 넣더니 마개를 닫고 흔들어 미네랄 음료수를 만들었다. 맛을 보더니 옆의 노인에게 건넨다. 배낭에서 과일도 꺼내어 노인에게 주는 것을 보니 아들 같다. 내가 둘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드디어 "Hi". 어디서 왔냐부터 시작하여 궁금하던 둘의 관계를 물었다. 예상대로 부자지간 이었다. 아들은 46살이고 아버지는 75살이며 둘은 캘리포니아에서 왔다고 했다. 둘이 너무 보기 좋다고 했더니 그들도 기분이 좋았는지 나와의 대화는 매우 우호적이었다. 75살에 자기 힘으로 여기까지 올랐으니 대단하고 뿌듯할 것이다. 그 기쁨이 노인의 얼굴에 완연했고 아들도 그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보여 너무 부러웠다.

나 한테 저렇게 둘이서 여행할 수 있는 아버지는 없었다. 그러나 나 한테 저렇게 둘이서 여행할 수 있는 아들은 하나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둘이서 3주간 인도 히말라야 배낭여행을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보다 더 어릴 땐 둘이 괌의 힐튼리조트에서 꼼짝 안하고 스노클링만 하면서 3박4일을 머문 적도 있다. 아들이 군대 제대한 다음날 베트남 하노이로 열흘간 배낭여행을 끌고 간 적도 있다. 이즈음은 아들의 바다낚시 여행에 어렵게 허락 받아 가끔 따라나선다. 친한 친구만큼이나 함께 여행하고픈 아버지가 되고 싶다. 친한 친구와 함께 담배 피듯이 함께 담배피며 얘기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난 이번 여행에서 이미 담배 끊었지만....

Sun gate 사이로 본 마추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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