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렌터카 운전
일본 규슈의 사가현으로 사위와 손자 도민이와 함께 2박 3일 다녀왔다. 규슈 사가 공항에서 렌터카를 받았다. 아주 작은 지방공항이라 렌터카 사무실들이 터미널 바로 옆 건물에 있다. 대도시의 큰 공항이라면 보통 렌터카를 받아 공항을 빠져나오는 과정이 매우 신경 쓰인다. 그러나 사가 공항은 한적한 지방 공항이라 심적 부담감이 적었다. 일본 렌터카는 거의 모든 렌터카 회사를 아우르는 '타이라비'라는 웹사이트를 많이들 이용하는데, 나는 '도요타 렌터카'회사 웹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했다. 가격차이가 조금 있었지만 타이라비 사이트보다 도요타 렌터카 사이트가 예약과정이 좀 더 쉽고 깔끔했다.
일본에서의 운전은 좌우가 바뀐다. 우측핸들 차량을 운전하는 것은 좌우가 바뀌는 것이다. 마주 오는 차량이 왼쪽으로 지나치는 것에 익숙한데, 일본에서는 오른쪽으로 지나친다. 한국에서는 우회전이 익숙한데, 여기서는 좌회전이 아주 자연스럽다. 방향지시등을 왼손으로 작동시키다가 일본에서는 오른손으로 작동시켜야 한다. 와이퍼 작동 레버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다.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방향지시등을 켜려다가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비보호 좌회전이 아니고 비보호 우회전이다. 자동기어라 다행히 변속할 일은 없다.
오른쪽 핸들차량을 운전한다는 것은 많은 집중을 요한다. 룸미러를 통하여 뒤를 보고 싶을 때 오른쪽 위 한시방향이 아니고 왼쪽 위 열한 시 방향을 봐야 한다. 추월을 하고자 할 때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봐야 한다. 앞뒤 좌우를 비롯한 전체적인 상황파악을 하며 운전을 해야 하는데, 거울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니 앞만 보고 운전하는 느낌이라 불안하다. 온 신경이 곤두선다.
오른손잡이가 갑자기 왼손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젓가락질(오른손으로도 잘 못하는데…)을 왼손으로 하거나, 배드민턴 라켓을 왼손으로 잡고 셔틀콕을 치거나, 야구방망이나 골프채를 반대방향으로 치는 것과 비슷하다. 야구에서 스위치히터라는 선수가 있다. 투수가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에 따라 오른손 타석과 왼손 타석을 자유자재로 들어서는 선수를 말한다. 양손잡이라고도 한다.
선천적 양손잡이는 0.1%라고 한다. 왼손잡이는 10% 정도이고, 대부분 오른손잡이라 사회의 모든 시스템과 도구는 오른손잡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양손잡이는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다. 그래서 세계적인 선수들은 양손잡이가 많다.
많은 훈련을 통하여 양손잡이처럼 보일 수는 있다.
일본에서의 운전을 위해 훈련을 할 수는 없다. 가끔 이렇게 리스크를 안고 시도할 수 밖에는 없다. 지난 여행들을 반추해 보니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정도에서 운전을 해봤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도 자전거 안장에 오르면 균형을 잡고 금세 탈 수 있다. 운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측핸들 운전은 그렇게 금세 적응되지 않는다. 이삼일 정도는 지나야 익숙해지는데, 이번 일정은 2박 3일이다 보니 렌터카를 반납할 때쯤 익숙해진 것 같다.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에 연료탱크를 가득 채워야 한다. 도요타 코롤라는 연비가 좋아 휘발유 비용은 생각보다 적었는데, ETC 카드(하이패스 카드)를 반납하며 정산한 고속도로 통행료는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 비싸다는 느낌이다. 나가사키 고속도로는 포장상태도 좋고 차량도 많지 않아 운전하기는 수월했다. 신호등 많은 시내 주행은 온 신경이 곤두선다.
어르신이 되고 나니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 것인지 모른다. 우측 핸들 운전 같이 일상을 벗어난 상황을 헤쳐가는 것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운전을 아예 사위한테 맡겨버릴까도 했다. 그러면 차 안에서 도민이가 찡찡거릴 때 내가 도민이를 진정시켜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도민이를 맡을까? 운전을 맡을까 하다가 운전이 차라리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운젠 화산의 케이블카를 타러 한 시간 반을 가는 동안 뒷자리에 앉은 도민이가 멀미를 했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여행의 형태가 캠핑카나 렌터카를 이용하는 여행이다. 일본이나 뉴질랜드처럼 우측핸들 운전을 해야 하는 나라를 여행하며 운전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면 자주 경험을 통하여 머리와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부담감 때문에 자꾸 회피한다면 어르신은 소위 '뒷방 노인네'로 늙어갈 것이다.
누가 뒷방 노인네가 되고 싶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