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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Oct 17. 2024

전업 방랑가(?)

"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 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말입니다."   '한강 작가 포니정 혁신상 수상소감에서'


전업 소설가가 항상 소설  개를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다는 것에 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죽는 순간 완성하지 못한 상상 속 책이 권일 것이라는 예감에도 야릇한 기분이 든다.


전업 방랑가(?)를 꿈꾸는 나는 방랑지로  곳을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다. 파타고니아, 아이슬란드(파로 제도 포함), 뉴질랜드 남섬을 이즈음 항상 생각하고 있다. 앞에 밀려 있는 방랑지를 생각하다 제대로 된 객사를 하지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도 든다.


지금 왕복 비행기표가  장이 있다. 10월, 11월, 12월 출발이다. 기간은 일주일에서 열흘이다. 물론 파타고니아, 아이슬란드, 뉴질랜드는 아니다. 그렇지만 왕복 비행기표가 세 장 있다는 것에 일종의 안도감(?)을 느낀다. 방랑 하나가 끝나 두 장이 남으면 어느새 스카이스캐너에 접속해 새로운 방랑지를 찾아 세 장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죽는 순간 세 장의 비행기표가 남는다. 객사를 완성하면 두 장만 남겠네!




4달 뒤에 6살이 되는 외손주 도민이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을 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함께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이즈음 도민이는 포켓몬에 빠져 있다. 내버려 두면 하루 종일이라도 포켓몬 관련 영상을 볼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도민이가 좋아하는 포켓몬 콘텐츠 하나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 하나를 번갈아 보는 것이다. 이 방법에 동의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평등'이나 '공평'이니 하는 개념을 좀 이해하는 것 같다.


어제 내가 선택한 콘텐츠는 아이슬란드 자연을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무려 두 시간이 넘는 영상이라 10분씩 분할해서 볼 수밖에 없다(포켓몬 콘텐츠가 보통 10분이라). 도민이도 아이슬란드 풍경에 감탄하는듯했다. 그래서 할아버지랑 아이슬란드 가지 않겠냐고 내가 제안했다. 좋단다. 캠핑카를 빌려서 여행하자고 했다. 좋단다. 아이슬란드 방랑을 도민이와 함께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다.


https://youtu.be/TO7FMZ4DDxM?si=SsRLKBxsDhAQAD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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