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것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 변화에 대해 언어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 p.103
언어로 생각한다!
언어가 없다면,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언어다운 언어가 없는 동물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일까?
Bilingual은 두 개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인데, 동시통역사처럼 하나의 언어를 바로 다른 언어로 말하거나, 전문번역가처럼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근사하게 포장하는 사람은 어떤 언어로 생각을 할까? 생각하는 언어가 'Native tongue'이겠지?
Bilingual이 어떻게 되었냐에 따라 compound bilingual, coordinate bilingual, subordinate bilingual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중언어를 사용하며 평생 발달해 온 뇌는 알츠하이머나 치매 같은 병을 최대 5년까지 늦춘다.'고 한다.( https://brunch.co.kr/@sanghunchae/59 )
"이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
"아무 생각 없는데. 내 것도 아닌데 좋고 나쁘고를 생각할 필요 있겠어?"
"나와 상관없으니 생각조차 할 필요 없다는 거지?"
"응."
상관이 있어야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해야 좋은지 나쁜 지도 있다? 좋은지 나쁜지는 자기 의견이고 자기 생각이다. 생각을 해야 의미가 부여된다는 것이네...
사유( 思惟 생각 사, 생각할 유)
1.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2. [철학]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
사유의 궁극적 대상은 존재 이유 아닐까? 삶의 목적 아닐까? 굳이 살아내야 하는 이유 아닐까?
철학이란 용어 자체가 골치 아픈 단어지만, 존재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철학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필리핀을 방랑하다 보면 한국 남자와 사는 필리핀 여인들과 쉽게 마주친다. 내가 묵는 숙소 주인 부부도 그렇고, 주인장의 주변 지인들이 그렇다. 나이 차가 제법 난다. 한국 남자와 사는 필리핀 여인들은 보통 자신의 아이가 있다. 많은 필리핀 여자들이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싱글맘이 된다. 한국 남자와 필리핀 여인은 서로 사랑해서, 아니면 서로 필요해서 결혼하기도 하고, 함께 살지만 언어가 문제다. 일상생활이야 소통에 큰 문제없지만, 나이 차에 따른 세대차이와 문화차이를 극복하려면 대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깊은 대화를 외국어인 영어로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 남자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필리핀 여인은 타갈로그어로 생각하니 생각의 교환인 대화가 어렵다.
깊은 대화 없이 살거나, 생각 없이 살거나...
늦은 밤 필리핀 아내 둘(친구사이)이 숙소 식탁에서 소주 마시며 마이크 잡고 노래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남편들은 저녁식사하며 이미 술을 많이 마셔 곯아떨어졌는데, 여인 둘이서 사랑 노래를 번갈아 또는 함께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필리핀 노래려니 했는데, 한국의 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한국 남편의 사랑을 갈망하고 있지만 그 마음을 전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