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Body Culture
프랑크푸르트 도착하여 잠을 설쳤다.
밤에 몇 번이나 깼는지 모르겠다. 두 시간 만에 깨서 더 자야 한다는 의무감에 비몽사몽으로 한참을 더 누워 있었다. 시차적응에 햇빛이 좋은데, 프랑크푸르트의 하늘은 온통 낮은 회색빛 구름으로 덮여있다. 완전히 해를 가린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날씨다. 길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고 바람은 소위 칼바람이다. 겨울복장을 했는데도 귀가 시리고 다리가 춥다. 롱 패딩 코트를 입고 털모자를 쓴 사람을 보니 부럽다.
프랑크푸르트의 중앙 광장을 뢰머광장이라고 한다. 뢰머가 '로마'를 뜻한다고 한다. 일단 뢰머광장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옛 독일스러운 곳이라니 아무리 관광에 흥미가 없다 해도 가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긴다. 광장이 가까이 오자 관광객들이 제법 보인다. 오늘이 일요일이다. 광장 주변에서 점심을 먹을 생각으로 나섰는데 도착하니 10시 반이다. 옛 모습을 한 건물들이 작은 동상을 둘러싸고 있는 광장일 뿐이다.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니 바로 마인강(라인강의 지류)변이다. 유람선이 보이고 3분 뒤 11시 출발이라는 시간표가 보인다. 바로 승선했다. 몇 년 전에 이런 유람선이 다뉴브 강에서 침몰하여 한국 관광객 여러 명이 사망한 사건이 기억난다.
갈 때와는 조금 다른 길로 호텔로 돌아오다 보니 Zeil shoping center가 있다. 문 연 상점은 별로 없는데, 4층 식당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일본 음식점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먹었다. 요의를 느껴 화장실을 찾으니 화장실 앞에 흑인 여인이 돈을 받는다. 0.5유로. 쇼핑센터에서 소변을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하다니...
FKK(독일어 발음으로 에프카카)는 'Freikörperkultur'의 약자다.
영어로 번역하면 'Free Body Culture'다. 우리말로는 '나체주의' 내지는 자연주의라고 한다. 유럽에서도 특히 독일에 나체주의자가 많다고 한다. 독일 인구가 8400만 명이 넘으니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날씨가 계속 나쁘다가 햇빛이 나면 다 벗고 호수나 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통일되기 전 동독에서 이 문화가 장려된 역사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FKK zone 이란 것이 있다고 한다. 호수나 강변에 있고 캠핑장 중에 FKK를 내건 곳이 있다고 한다. 캠핑여행을 하는 한국 아줌마가 FKK 캠핑장에서 질겁을 했다는 글도 찾았다. FKK는 다 벗고 편하게 인생을 살자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방랑 중에 춥지만 않다면 호텔 방에서 거의 다 벗고 지낸다. 때로는 다 벗고 자기도 한다. 정말 편하다. 마음도 안정된다. 25년 전에 독일 바덴바덴의 Caracalla Therme에서 남녀가 다 벗고 함께 하는 사우나를 경험했다. 아래층 워터 파크에서 수영하다가 위층 사우나에 올라가면 사우나 입구에 'Naked only'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사우나실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FKK에 대한 것을 찾아보게 된 것은 구글맵에서 Sauna를 검색한 것이 계기였다. 제법 많은 사우나가 독일에 있다. 시내 중심가에는 헬스클럽과 큰 호텔에 사우나가 있다. 독립 사우나들 중에는 '게이사우나'라고 표시된 것들이 제법 많다. 사우나 목록을 아래로 내리다 보면 FKK sauna club이란 것들이 있다. 클럽이란 것이 붙은 연유를 모르겠지만 리뷰를 읽다 보면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FKK sauna club들은 전부 도시 외곽에 분포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FKK sauna club을 갈까 말까 계속 망설였다. 궁금하기는 한데 이렇게 업태가 의심스러운 곳은 경험 있는 현지인과 함께 가든지, 친구와 가야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리스크도 작아진다. 우버로 시간과 요금을 검색하니, 20분 걸리고 요금은 13유로다.
혼자라도 가볼까?
클럽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입장료 65유로에 뷔페식 음식과 음료수가 무료다. 술과 다른 것(?)들은 추가 비용 내야 한다. 야외시설 사진도 있는데 이렇게 추워서는 다 벗고 야외에 있지는 못할 것 같다. 리뷰를 좀 더 검색하니, 불가리아,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의 젊은 여자들이 클럽에 다 벗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성매매가 합법이란다. 성을 사고파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그렇지만 규제는 있단다. 도심 내에서 이런 시설을 운영하지는 못한단다. FKK sauna club이 도시 외곽에 분포한 것이 설명된다.
리뷰에 어떤 중국인이 에덴동산이라고 칭찬하고 만점을 줬다. 누구는 천국이라고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만점을 주었지만 1점을 준 사람들도 제법 있다. 평점은 극과 극이다. 중간은 거의 없다. 원문이 독일어와 영어로 쓰인 리뷰가 압도적으로 많고, 터키어, 아랍어, 프랑스어, 크로아티아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등도 간간이 있다. 그런데 한국어 리뷰는 없다. 내가 함 가보고 한국어 리뷰를 써볼까?
왕복 100유로 정도에 사우나와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