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Aug 01. 2016

우리는 바쁘면 뛴다.

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다.


터키에서의 매일 아침이 조식부페다. 부페만 만나면 과식한다. 욕심때문이다. 더욱이 관광이라도 한다고 돌아다닐 날이면 더하다. 배고플까봐...

관광여행을 나오면 하루가 바쁘다. 하나라도 더보고 사진찍기 위하여... 부페를 마주한 인간의 욕심과 마찬가지다. 관광특공대내지 관광돌격대 같다. 나도 그런 적 있었다.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24년 전이라) 매직킹덤 하루, Epcot center 하루, MGM 스튜디오 하루의 시간으로 짜여진 가족여행이었다. 만 다섯살인 딸과 세돌 반인 아들을 쌍둥이 유모차에 태우고 Epcot center 를 보고 있었다. Epcot center 를 하루에 다 돌아보기는 어렵다. 너무 뭐가 많아서... 쌍둥이 유모차 밀고 달리기 경주하듯이 헤집고 다녔다. 다 보겠다고... 미국인 아줌마의 쳐다보는 눈매가 이상하다. 위험하게 왜 저러냐는 듯...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필드에 나가면 바쁘다. 남들 80내지 90에 끝내는 골프를 108내지 120에 마치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날라가 사라진 볼이라도 찾을 때면 시간이 한정없이 소요된다. 그러니 바쁠수 밖에... 우리는 바쁘면 뛴다.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미국에 갔다. 박사과정을 거의 끝내고 미국에서 골프에 입문한 친구와 한가한 제법 고급골프장에 갔다. 둘이서 한대의 카트를 운전하면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 뒤에 따라오는 카트가 보인다. 제법 나이든 미국인부부 같았다. 우리는 둘다 100넘게 치는 수준이라 뒤팀에 민폐 안끼치고 치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렇지만 결국 중간에 물도 마실 수 있는 중간 화장실에서 뒤팀 카트와 만났다. 금발머리 미국인 아줌마가 자기 카트에서 내려 내게 오더니 제발 뛰지 말란다.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으니 뛰지말고 천천히 치란다. 자기는 우리를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란다. 머쓱했다.

미국의 많은 동네골프장들은 그린피 한번 내면 그날은 무한정 칠 수 있다. 이런 골프장에서 하루에 54홀 치는 사람은 한국사람임에 틀림없다.


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다. 한국에서 사는 것이...

못 먹어서 그렇다. 한국에서...

구경 못해봐서 그렇다. 어릴 때...

매거진의 이전글 기억력은 꽝 되고 눈은 잘 안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