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agonia로 출발!
올겨울 파타고니아 여행(아니 방랑)을 위해 파타고니아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그중의 폴 써로우가 쓴 'The old paragonian express'의 서문에서 의미심장한 문장을 찾았다. 이 책은 폴 써로우가 젊은 시절 고향인 미국 Medford, MA에서 파타고니아까지 육로를 이용하여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하며 쓴 여행기다. 마지막 장 제목이 책 제목이 되었다.
'Travel is the saddiest of the pleasures.'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여행이 '종합행복세트'라고 했다. 여행은 보통 연인, 가족, 친구와 떠나 좋은 경치 보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실컷 수다 떠는 것이라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누구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그런데 여행이 즐거움 중에 가장 슬픈 것이라니?
종합행복세트인 여행과 가장 슬픈 즐거움인 여행은 전혀 다른 것이다. 종합행복세트는 연인,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이고, 가장 슬픈 즐거움은 혼자 하는 여행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일종의 방랑이다. 대부분의 여행은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고, 여행루트도 결정되어 있어 볼거리나 숙소도 정해져 있기 쉽다. 그러나 방랑의 시작은 충동적이기 쉽고, 끝은 본인도 잘 모른다. 루트가 정해진 것도 아니니 좋은 곳에서 장시간 머무를 수도 있고, 남들이 다 좋아하는 유명관광지는 붐빈다는 이유 하나로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지금 나는 베트남 다낭에 실존하고 있다. 어젯밤 도착했다. 누구는 한국 사람이 너무 많아 이곳을 '경기도 다낭시'라고도 한다. 타고 온 티웨이 항공의 경우 한국과 다낭을 하루에 다섯 편(인천에서 3편, 청주와 부산에서 한편씩)이나 왕복운항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들까지 더하면 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한국과 다낭을 매일 오가는지 모르겠다.
'관광 커뮤니케이터'란 직업을 창조하여 가진 적 있는 딸이 다낭에 왜 가냐고 물었다. 딱히 생각나는 이유가 없다. 안 가본 곳이라서? 세상에 안 가본 곳은 차고 넘친다. 저렴한 비행기표를 발견해서? 특별히 싼 땡처리 항공권은 매일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집에 있기 싫어서? 집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곳 없다. 객사하려고? 아직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아 이승을 떠나기는 싫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혼자 베트남 다낭을 방랑하는 것이 가장 슬픈 즐거움 아닌가 싶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여행작가인 Paul Edward Theroux 가 정의한 여행 아닌가 싶다.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다낭의 대표 명물인 용다리 근처 마리나 커피숍에 앉아 있다. 지나가는 단체관광객을 물끄러미 보기도 하고, 정박 중인 보트와 배를 바라보면서 가장 슬픈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고민 중이다. 발마사지를 받고 점심을 먹을까? 점심을 먹고 마사지를 받을까? 점심으로는 무엇을 먹을까? 한국에서도 흔한 쌀국수를 먹을까 아니면 다른 무엇을?
파타고니아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을 결정했다. 미국 애틀랜타를 경유해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가기로. 애틀랜타에서 3박을 머무르며 시차적응을 한다. 애틀랜타에서 직항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갈지, 중미의 코스타리카나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를 한번 더 경유해서 갈지는 좀 더 생각하기로... 일단 애틀랜타 왕복 편을 구매했다. 비행기표를 구매했다는 것은 여행의 시작과 끝을 일단 정한 것이다. 시작과 끝을 정하지 않고는 비행기표를 살 수가 없다. 물론 돈을 내고 일정 변경이 가능하지만... 2025년 10월 31일 서울 출발, 2026년 2월 5일 애틀랜타 출발이다. 무려 3 개월이 넘는다.
무사히 3개월을 방랑할 수 있을까?
파타고니아로 마음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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