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었다. 정말 우연이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내가 선택한 콘텐츠가 끝나고 잠시 한눈팔다 보면, 아니 콘텐츠가 끝난 순간에 졸고 있으면 유튜브의 AI가 유사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준다. 아마 그렇게 그의 세바시 강연을 보게 되었다.
누군지 모른다. 처음 본 사람이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한 남자의 강연이었다. 세바시 강연의 질은 어느 정도 신뢰하기에 계속 지켜보았다. 강사는 지난 3년 동안 2 개의 라면받침을 만들었다고 했다. 열심히 만들었다고 했다. 나무를 손수 깎아 만든 수제 라면받침을 상상했다. 아니 기대했다. 그런데 보여주는 라면받침이 'Unbound'와 'Unleash'란 책이다. 자신의 출간 업적(?)을 라면받침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에 호감이 갔다. 그래서 강사를 검색했다.
이름은 '조용민'이라고 하고, 구글의 임원을 했다는 경력이 눈에 들어왔다. Unbound, Unleash 그리고 'Unlock AI'가 최근에 출판되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창의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근본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문제를 다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맥락을 바꿔 낯설게 보아야 한다. 그에 관해 검색하다가 그가 한 말인지 아니면 그가 쓴 글의 내용인지 모르는 문장이 내 눈길을 잡았다.
내가 지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가? 끊임없이 확인하고 돌아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한다. 모바일 게임을 하기도 하고 PC게임을 하기도 한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붙잡고 게임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정말 많다. 여섯 살 손주도 게임을 시작했다. 엄마나 할머니의 스마트폰을 빈 틈만 보이면 손에 쥔다. 난 게임을 안 한다. 스마트폰이나 PC 게임하는 것을 시간낭비 내지 인생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가는 “지금 무엇을 사냥하고 있는가?”로 해석할 수 있다. 영어단어 Game에는 사냥감이란 의미도 있다. 'Big game'은 코끼리나 사슴 같은 큰 사냥감을 'small game'은 토끼 같은 작은 사냥감을 의미한다. 아프리카에서 자동차를 타고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사파리를 'Game drive'라고 한다.
게임을 한다는 것은 사냥을 한다고 볼 수 있고, 사냥은 아프리카 사바나에 살던 호모 사피엔스의 일상이고 본능이었다. 사냥에 성공하면 환호하고, 먹을 것을 구했으니 생존의 가능성이 커져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게임을 하면 즐겁고 행복한 것이 그렇게 유전자에 각인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냥처럼 어떤 목표를 추적하고 쟁취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확장할 수 있다.
• 비즈니스 맥락: 지금 어떤 기회를 잡으려고(사냥하려고) 하고 있어?
• 연애 맥락: 지금 누구를 공략하고(사냥하고) 있어?
• 실제 게임 맥락: 지금 어떤 목표(사냥감)를 노리고 있어?
결국, “게임을 한다”는 말이 전략적 행동과 목표 추구를 포함한다면, 사냥의 개념으로 연결될 수 있다.
• 역사적 관점: 고대 인류에게 사냥은 생존이었고, 현대에는 게임이 그 역할을 일부 대체했다.
• 심리적 관점: 게임과 사냥이 본능적으로 유사한 쾌감을 준다.
• 사회적 관점: 경쟁, 목표 설정, 전략적 사고 같은 요소가 게임과 사냥에 포함된다. [출처: ChatGPT]
나는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가?
방랑이란 게임을 하고 있다. 틈만 나면 가심비 내지 가성비 좋은 비행기표를 구해 일상을 떠난다. 애매모호함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간다. 애매모호함에서 벗어나 맛있는 식사를 하거나 편안한 숙소를 찾는 순간 희열을 느끼고, 생존가능성의 증대로 인한 행복감을 느낀다. 그 희열과 행복을 좇아 끊임없이 방랑길을 떠난다. 방랑길에서 새로운 사람과 마주치고, 새로운 공간과 경치를 보고, 새로운 음식과 낯선 숙소를 접한다. 새로움이 신선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할 때가 많다.
내가 하고 있는 게임은 어린 시절 소풍이나 야외예배 후 행해지는 '보물찾기 게임'이란 생각이 든다. 보물은 훨씬 전에 누군가 이미 숨겨 놓았다. 게임 시작 전에 정해져 있다는 말이다. 게임 시작과 함께 참가자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떤 참가자는 뛰기 시작하고 어떤 참가자는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 두리번거린다. 그러다가 보물이 있을 만한 장소에 눈이 꽂히면 남보다 먼저 달려가 들춰야 한다.
보물찾기 게임은 애매모호함으로 시작한다. 보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사냥에 성공한 것과 같은 쾌감을 준다. 희열과 행복을 자주 느끼려면 자주 애매모호함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의 방랑은 이런 쾌감을 쫓고 있는 것이다.
보물을 찾아 방랑길을 떠난다.
여생이 애매모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