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Streets

Episode 7

by 재거니

어두워지자 낮의 열기가 좀 가라앉는다. 머리를 식힐 겸 앙헬레스의 워킹 스트리트에 나왔다. 'Walking street'를 직역하면 '보행자의 거리'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다. 그렇지만 파타야나 앙헬레스의 워킹 스트리트는 수컷들을 유혹하는 젊은 암컷들이 널려있는 거리다.


아직 완전히 식지 않은 필리핀의 열기를 느끼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앙헬레스의 워킹 스트리트. 낮에는 그저 평범하고 한산한 길이지만, 해가 지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리는 곳.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화려한 LED등으로 치장한 술집과 바(bar) 사이로 사람들이 밀려다니고, 소음과 음악이 뒤섞여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바 입구마다 섹시한 옷을 걸친 여자들이 서 있다. 태수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그녀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헬로, 미스터. 혼자야?” 말투는 다정했지만, 태수는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안다. 그녀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술집의 간판들에 눈길을 주며 걷는다. 찾고 있는 술집이 있는 것처럼.


그녀들은 웃고 있지만, 눈빛은 비어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 그녀들은 한껏 꾸미고 있었지만, 그 너머에는 무엇도 남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태수는 한국에서 종종 보았던, 야근을 마치고 피곤한 얼굴로 퇴근하던 직장 여성들의 모습과 비교했다. 거기에는 피로가 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향할 곳이 있었고, 살아갈 내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여자들에게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한 잔 하고 갈래?” 한 여자가 태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몸짓은 자연스러웠지만, 그것이 그들 삶의 방식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태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들이 갖고 있는 것은 몸뚱이뿐이다. 그리고 이 거리에서 몸은 곧 생존을 위한 유일한 도구이자 자본이다.


태수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놓으며 답했다. “그냥 걷고 싶어서.”


그녀는 애써 실망한 기색을 감추고, 다시 네온사인 아래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또 다른 남자들을 향해 같은 미소를 지을 것이었다. 태수는 그 뒷모습을 보며 문득 떠올렸다. 저곳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고,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거리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Club XS 에 들어갔다. 가운데 무대가 있고 무대 위에는 수십 명의 여자들이 비키니를 입고 서있다. 아니 음악에 맞춰 가벼운 스텝을 밟고 있다. 마네킹이 아니고 살아있는 몸뚱이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허리춤에는 번호표가 달려 있다. 이 안에서 그녀들은 번호로 불려지는 상품일 뿐이다. 무대 주위로 층층이 객석이 마련되어 있고 객석에는 많은 수컷들이 무표정하게 무대 위의 여자들을 살펴본다. 무대 위의 암컷들 역시 표정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간간이 녹색 레이저 광선이 번호표를 가리킨다. 때로는 번호표 주위를 맴돌기도 한다. 이렇게 선택된 여인은 손님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본격적인 흥정이 시작될 것이다.


네온사인은 여전히 번쩍였고, 앙헬레스의 밤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 태수는 자신이 여기 왜 있는지 생각했다. 답은 어렵지 않다. 그도 수컷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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