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rt Hotel Endurance'가 너무 맘에 들어 3박을 하고 6박을 추가했다. 이왕이면 2층에서 3층으로 방을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2층의 뷰도 괜찮지만 바다가 보이지는 않는다. 3층 바다뷰로 옮겼더니 마젤란 해협이 보인다. 허름한 건물들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환상적이다. 하늘의 구름 변화가 지루하지 않다. 이 뷰라면 한 달도 묵을 수 있겠단 마음이 든다. 아쉬움이라면 침대 방향이 반대였으면 더 좋았을걸. 6일이나 더 머물 방이라 50미터 떨어진 Unimarc란 식품점에 가서 맥주랑 물이랑을 사다 냉장고를 채웠다. 아직 다 마시지 못한 와인은 충분하다.
하이네켄이나 코로나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맥주도 있지만 이곳 푼타 아레나스에서 만드는 맥주가 있다. 상표는 'Austral'이다. 영어로는 Southern이란 의미다. Australia와 어원이 같다. Austral의 맥주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의 'Calafate'란 에일 맥주가 있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거점도시 중 하나인 El Calafate를 연상시키는데, Calafate가 블루베리와 비슷한 파타고니아에서만 자생하는 파란색의 야생열매란다. 전설(?)에 의하면 Calafate를 먹은 사람은 다시 파타고니아로 돌아온다고 한다. 아마도 10년 전에 내가 Calafate를 먹은 모양이다.
Isla Magdalena & Isla Marta Navigation.
Isla는 섬이고, Magdalena는 막달라 마리아를 의미한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때 함께 있었고, 부활 후 예수님을 가장 먼저 목격한 인물로 기독교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예수님의 어머니(성모 마리아)가 아니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35km 정도 떨어진 막달라 섬으로 펭귄을 보러 갔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아. 섬은 펭귄 보호지역인데 섬에 내려 한 시간 정도 마젤란 펭귄들을 구경하고, Isla Marta의 주위를 돌며 바다사자를 보는 투어다. 아침 6:30 출발은 풀북이라 10시 출발 편으로 18명의 일행 중에 한 명으로 참가했다. 18명의 관광객 중에 8쌍의 커플(부부 거나 말거나)과 두 남자가 혼자 왔다.
Isla Magdalena & Isla Marta Navigation($118)은 펭귄은 막달라 섬에 내려 가까이서 보고, 바다사자들을 배 위에서 보는 것인데, 푼타 아레나스에서는 배 타고 나가는 시간이 우수아이아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그리고 펭귄과 바다사자의 개체수가 우수아이아의 비글해협에서 보았던 펭귄과 바다사자에 비해 훨씬 적다. 11월과 1월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이 펭귄들은 브라질 해안에서 온다고 하니.
스위스에서 왔다는 혼자 참가한 어르신은 65살이다. 한 달 계획으로 혼자 파타고니아를 사진 찍고 다닌다. 서울뿐 아니라 대구 부산을 알기에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삼성과 엘지가 자기네 회사 고객이었단다. 직물관련해서...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갔다 왔다기에 내가 들고 있던 관광안내 책자의 Base Torres 사진을 보여주며 갔냐고 물었다. 갔단다. 그 연세에 갈만 하더냐고? 갈만 하단다. 자기가 간 날은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고생했지만, 좋은 날 가면 어렵지 않단다.
Torres는 영어로 Towers다. 내가 처음 접했던 토레스 델 파이네의 사진은 이름에 걸맞은 세 개의 타워였다. 장엄한 광경을 기대하고 10년 전 배낭패키지를 따라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에 왔는데 종일 보는 것은 (세 개의 타워는 없고) 두 개의 암수 같은 독특한 봉우리였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지역만 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세 개의 타워는 왕복 20km가 넘는 트레킹을 해야 한다. 남미여행 패키지는 35박의 일정이지만, 단 하루 토레스 델 파이네를 관광하니, 세 개의 타워는 패스할 수밖에 없다.
'이번방랑에서 세 개의 타워를 볼 수 있을까? 왕복 20km가 넘는 당일 트레킹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마지막 구간은 경사도 심하다는데... 심장에 무리 안 갈까? 부정맥이 오면 먹으라고 의사가 처방해 준 약 들고 가면 괜찮을까? 세 개의 타워를 볼 것 아니라면 굳이 토레스 델 파이네를 다시 갈 이유 없는데.'
토레스 델 파이네 관광은 10년 전에 하루 묵었던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시작한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이곳 푼타 아레나스에서 버스로 3 시간 거리다.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오직 토레스 델 파이네를 위한 도시라, 푼타 아레나스에 비해 도시 규모가 매우 작다. 그렇지만 남미 관광객은 꼭 거쳐가는 도시라 산티아고에서 직항 비행기가 매일 뜬다. 푼타 아레나스 9박 이후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숙소를 4박 예약하고 3 시간 걸린다는 버스표를 샀다.
10년 전 아주 처참했던 푸에르토 나탈레스의 기억이 떠오른다. 너무나 찰진 밥이 먹고 싶어 어렵게 일식을 하는 레스토랑 아니 식당을 찾아 초밥을 주문했다. 그런데 거의 생쌀에 가까운 밥 위에 연어와 참치가 올려져 있었다. 아무리 밥이 먹고 싶어도 뜸 들지 않은 밥은 아니라, 올려진 회만 씁쓸하게 씹었다.
푼타 아레나스 9박 이후는 푸에르토 나탈레스 4박이다. 그렇지만 세 개의 타워를 보는 Base Torres Excursion은 계속 망설이는 중이다. 10년 전이라면 망설일 일 없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