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숙소에서 뒹굴고 있다. 종일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3층 내 방에서 거리가 내려다 보인다. 일방통행인 길 양쪽에 주차가 가능하다. 노란 형광색 파카를 입은 사람이 도로를 계속 왔다 갔다 한다. 주차요금징수원이다. 일요일에는 보지 못했으니 주중 낮 시간에만 주차요금을 받는 것 같다. '종일 저렇게 바람이 부는데 자리를 비울 수는 없겠지.' 극한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주차선도 제대로 그어지지 않은 노상주차장에서 주차요금 징수를 위해 바람을 종일 맞으며 버티고 있다.
파타고니아 남쪽 바닷가에는 마젤란 펭귄이 산다. 막달라 섬에서 본 펭귄들은 땅에 굴을 파고 부부가 산다. 6개월을 같이 살면서 보통 2개의 알을 낳고, 40일간 부화시킨 뒤 함께 양육 한다고 한다. 부화조차 교대로 한단다. 바다에 나가 사냥을 해서 뱃속에 넣은 것을 게워내 새끼들에게 먹이는 것도 교대로 한다. 부부 공동 육아의 전형이다. 새끼들이 크면 겨울이 오는 것이라, 따뜻한 브라질 해안까지 각자 이동한다고 한다. 먹이활동을 하며 그렇게 6개월은 각자 살다가, 다시 여름이 오면 작년의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각자 살다 비슷한 시기에 돌아온 부부는 다시 알 낳고 새끼를 키운다고 한다. 그렇게 무려 10년을 사는 부부 펭귄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6개월 부부네! 주말부부가 아니고.'
펭귄은 남반구에만 산다. 갈라파고스 펭귄은 적도까지 올라와 살지만. 남극대륙이 얼음으로 뒤덮이기 전에 날던 새가 나는 것을 포기하고 잠수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날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날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니 날지 못하는 것이 전혀 슬픈 일 아니다. 물속에 먹을 것이 풍부하고 천적도 거의 없다 보니 진화의 방향이 그리된 것이다.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펭귄을 신기하고 안쓰럽게 보는 것은 인간뿐이다.
푼타 아레나스나 우수아이아에서 펭귄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다. 펭귄과 2미터 이상의 거리를 항상 유지하라고 한다. 만지려 하거나 겁주지 말라고도 하고. 멸종위기종도 있지만 모든 펭귄이 법적으로 포획과 거래가 금지된 보호종이라고 한다. 마젤란 펭귄은 멸종위기종 전 단계인 취약(Vulnerable) 종이란다.
ChatGPT에게 물었다. 파타고니아에 도착한 마젤란 펭귄이 작년에 함께 한 짝을 못 만나면 어떻게 하냐고? 브라질 해안까지 오고 가다 범고래에 잡혀 먹힐 수도 있고 다른 많은 이유로 사망할 수 있는데. 며칠 내지 몇 주 기다리다가 자신 같은 처지의 다른 짝을 찾아 나선단다. 소위 재혼을 하는 거다. 이미 재혼을 했는데 옛날 짝이 뒤늦게 도착하면? 이미 재혼을 해서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단다. 다시 옛날 짝으로 돌아가진 않는다고...
펭귄을 보면 항상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Even Penguins Prostitude in a Recession."
남극 대륙의 아델리 펭귄을 관찰한 결과, 짝이 있는 암컷이 짝이 없는 틈을 타 다른 둥지의 수컷에 다가가 교미를 하고 수컷 둥지의 돌을 물고 자기 둥지로 오는 것이 목격되었다. 돌은 눈이 녹아 알이 침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아주 귀중한 둥지재료다. 눈 덮인 남극 대륙에서 돌은 아주 귀하다. 교미의 대가로 돌을 받는 일종의 거래로 인간들이 본 것이다. 'Not So Different'( https://brunch.co.kr/@jkyoon/307 )란 인간과 동물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책에 나온 문장이다. 오래전이지만 펭귄만 보면 이 문장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