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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24. 2016

길 떠남의 축복

남미에서의 야간 버스이동

남미 5개국(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에 파타고니아까지 포함하여 35박의 이 배낭여행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국에서 남미를 오고 갈 때 최소한 비행기 안에서 1박을 해야 하고 밤새 버스로 숙박까지 해결하면서 이동하는 일정이 6번이다. 도합 8박은 길에서 노숙을 하는 것이다.

남미에서 야간 버스이동이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고는하나 이번 남미 그룹배낭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야간버스를 이용한 이동이다. 그러나 꾸스코나 라파즈 같은 고산지대에서는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 보다는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고산에서의 적응력을 키우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도 있지만, 여행은 몸과 마음이 편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좋은 경치를 보고 감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할 수 있다. 야간 버스로 10시간 이상 이동을 하고 낯선 도시에 새벽이나 아침에 도착하면 비수기에 운 좋은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호텔첵인이 불가능하다. 아침식사와 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해도 쏟아지는 피로감을 어쩔수 없다. 몸이 거의 최악인 그 상황에서 바로 지역관광에 나선다. 남미 대륙의 반을 35일만에 헤집고 돌아 다닐려니 어쩔수 없는 일정이긴 하다. 또 어렵게 남미까지 왔으니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마음도 이해는 간다.

강행군을 고집하여 짦은 시간내에 엄청 많은 것을 본들 몸과 마음이 편치 못하면 감동이 생기기 어렵다. 감동이 없다면 본 기억조차 오래가지 못한다. 본 것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면 아니 본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6번의 야간 버스이동 중에서 3번을 하고나서는 친구와 나는 일행과 떨어져 비행기로 이동을 하였다. 일행이 야간버스를 타기 전 오후에 비행기로 점프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 원래는 하루 머무르는 숙소에 우리는 2박을 하게 된다. 훨씬 여유있게 그 지역을 편한 몸과 마음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 편한 몸과 마음에서 자기성찰의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이제는 나이 들어 여행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몸과 마음을 최적으로 유지할려면 같은 숙소에서 최소한 2박 이상을 하는 일정을 잡아야 한다. 첫날 밤은 내일이 온전히 내 수중에 있음을 확인하며 편히 잘 수 있고 두번째 밤은 익숙한 잠자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 일찍 길을 떠나는 일정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나는 어디서나 아침이 축복받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축복을 즐기는 여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을 피하고 한 숙소에서 최소한 2박씩을 하다보면 일반적인 여행일정의 2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는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 몇달만에 몇개국을 돌았냐는 것을 견주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이제는 정말로 길 떠남을 즐겨야 한다. 길 떠나니 고생이 아니라 길 떠날 수 있음이 축복이라는 것을 즐겨야 한다. 몸과 마음 특히 거기(?)까지 편한 상태에서 자기성찰의 즐거움을 누려야 한다. 이제 되돌아 보며 빙그레 웃을 시간도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


볼리비아의 Gei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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