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e Chatwin이란 영국 사람이 있다. 'In Patagonia'란 여행기를 1977년에 발간하여 파타고니아를 서양 문명권에 소개한 사람이다. 파타고니아 여행기의 시작은 어릴 때 할머니 장식장에서 본 화석 조각의 기억이다. 화석조각 밑에 쓰여 있는 글씨를 읽지 못할 만큼 어린 시절, 어머니는 브론토사우루스의 것이라고 가르쳐줬다. 30대인 70년대에 4개월(?) 동안 파타고니아 일대를 혼자 여행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보며 느낀 것을 유려한(?) 필체로 서술하여 여행기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의 여행기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끝자락의 'Cueva del Milodon'에서 끝난다. 밀로돈은 만 년 전에 멸종된 땅늘보라 불리는 포유동물이다. 2미터가 넘는 몸길이에 무게는 1톤이 넘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 일대에서 뼈와 가죽 및 털이 발견되어 그 존재가 증명되었다. 그의 여행기에는 스토리가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를 파타고니아에 오게 하였고, 파타고니아의 끝자락 밀로돈 동굴(화석이 발견된 장소)에서 그 화석이 브론토사우루스가 아니고 밀로돈의 것임을 확인하며 끝난다.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을 종일 투어하는 여행사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아침 7:30부터 참가자들을 시내에서 픽업한다. 17명의 참가자들을 픽업하느라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한 시간 반을 달려 공원 입구의 기념품 가게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이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운전수와 가이드는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공원 곳곳을 돌면서 Mirador란 전망 좋은 곳에 내려 사진을 찍거나 가벼운 산책을 한다. 그렇게 종일 공원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다, 마지막 투어 장소가 밀로돈 동굴이었다. 제법 입구가 큰 동굴인데 깊이는 깊지 않다. 수백 명이 추위와 비바람을 피해 머물 수 있는 정도다. 밀로돈 화석이 다수 발견된 곳이라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밀로돈의 동상뿐이다. 아 퓨마의 생생한 발자국도 보았다.
사진과 동영상을 통하여 밀로돈 동굴이 별거 없음을 익히 알지만, 브루스 채트윈의 책 'In Patagonia'에 실린 몇 장 안 되는 사진 중에 밀로돈 동굴 안에서 밖을 보며 찍은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을 찍은 브루스와 같은 각도에 서보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다. 브루스는 엄청난 이야기꾼이었다고 한다. 그의 친구들은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질려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파타고니아의 운전수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매일 관광객을 태우고 파타고니아를 신나게 달리는 거다. 매일 달려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당일로 Base Torres까지 왕복하는 트레킹이었다. Base Torres Excursion 운전수는 새벽에 8명의 참가자를 시내 숙소에서 픽업을 해 거의 두 시간을 신나게 달려 토레스 델 파이네 공원에 도착했다. 우리가 산을 타는 10시간 동안 웰컴센터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뭐 하고 기다리냐니깐 잔다고 했다. 그리고 두 시간을 달려 시내 곳곳에 사람들을 내려준다. 안데스 산맥이 만든 장엄한 파타고니아의 경치는 달리는 내내 내 눈을 감지 못하게 했다.
공원 전일 투어는 하루 종일 공원 이곳저곳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까지를 거의 매일(날씨가 안 좋으면 관광객이 없어 쉬겠지만) 왕복하는 것이다. 자동차는 현대의 솔라티와 동급인 벤츠의 스프린터나 중국 JAC 미니버스다. 정말 신나게 달린다. 길에 거의 차가 없으니 걸리적거리는 것도 없다. 가끔 과나코 같은 동물을 주의하라는 사인은 보인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지역에는 과나코, 콘도르, 여우, 푸마, 레아(타조처럼 생겼는데 좀 작다) 등이 야생에서 살고, 엄청난 양, 소, 말은 방목되고 있다. 공원 내에는 비포장 도로도 제법 많은데 관리를 잘해서 달릴 만하다. 엄청난 흙먼지를 날리며 시속 70km/h 전후의 속도로 미끄러지고 있다. 그럴 일 없겠지만 다음에 다시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면 마스크를 꼭 챙겨야겠다.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을 날씨가 괜찮은 날을 골라서 신청했다. 그렇지만 파타고니아에는 항상 바람이 있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바람이 불고, 어떤 날은 오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 바람이 장난 아니다. 그리고 사계절이 있다. 매일의 날씨와 풍광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11월은 파타고니아의 늦은 봄이다. 야생에 꽃들이 이미 만발했고, 높은 산 정상 주위에만 만년설이 하얗게 모자를 쓰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 눈보라가 심하게 날려 아까운 5명의 트레커가 목숨을 잃었다.
딱 1년 운전을 하며 파타고니아의 4계절 365일을 경험하고 싶다.(이생망이다.)
Base Torres 트레킹을 가이드한 토마스는 파타고니아 출신이 아니란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남부 출신이라길래 여기 대체 왜 사냐고 물었다. 파타고니아의 풍광과 느린 시간이 좋단다. 자기는 파타고니아에서 곰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곰(Bear)을 처음에 못 알아들었다. 따뜻하고 해가 긴 여름에는 열심히 먹고 일하고, 겨울에는 곰처럼 겨울잠 잔단다. 집 안에만 있단다. 자기는 이 생활이 너무 좋단다. 39살인 토마스가 가족과 함께 사는지는 묻지 못했다.
곰 같이 겨울잠 자는 꼴을 아내가 참고 사는지 궁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