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보 vs. 보수

by 재거니

나라 전체가 진보와 보수로 갈려 혼란스러운데 당신은 진보인가요? 보수인가요?


칠레의 칠로에섬 중심도시 카스트로에서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메뉴는 스페인어로만 되어 있고 주문받는 여인은 전혀 영어를 할 마음이 없다. 점심과 저녁을 겸한 런치너(?)를 해야 한다. 익숙한 세비체(Ceviche)나 주문해야겠다고 (보수적으로) 생각했다. 연어 세비체 위에 Ceviche de atún 이란 것이 있다. 뭐가 들어간 세비체일까?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주문받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파파고를 열어서 번역하느라 시간 끌기도 미안하고... 그냥 (진보적으로) 주문했다. 여러 번 먹어본 연어 세비체가 좀 질린다. 칠레는 연어 양식을 엄청 해서 노르웨이 다음으로 연어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라 어디를 가든지 연어는 아주 흔하다.


잘 모르는 것을 주문하고 나서 난 지금 내가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다. 크게 낭패보지 않을 연어 세비체를 주문했다면 아마 난 내가 보수적이라고 생각했겠지. 누가 그랬다. "진보는 지금을 개혁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는 사람이고, 보수는 지금의 가치를 수호해서 혁명 같은 혼란을 막겠다는 사람이라고."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실패할 수도 있다. 저녁을 겸한 식사인데 망하면 낭패이긴 하다. 카스트로 만의 바다가 아주 잠잠하다. 목부터 머리까지만 새까만 고니(백조)가 떼를 지어 물 위에 떠있다. 칠로에 섬에는 다양한 종류의 새가 서식하고 있다. 관광상품 중에는 'Bird Watch'가 있을 정도다. 아주 작은 새부터 펠리컨처럼 큰 새까지 다양하다. 눈앞의 새가 어떤 새인지를 바로 알아볼 수 있다면 'Bird Watch'가 재미있을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Butterfly Watch'를 취미로 갖고 있는 사람을 본 적 있다. 4박 5일 금연학교에서 만났다. 금연학교 마지막 코스 중에 금연을 다짐하는 문구를 작성하여 사람들 앞에서 소리 나게 읽는 시간이 있었다. 내 나이 또래의 그 어르신이 그랬다. "나비를 다 보고 죽어야지!"였던가? 난 뭐라 했더라? 3년 반 전인데 기억이 없네...


홀랑 깐 새우 세 마리가 이쁘게 얹혀 있는 세비체가 나왔다. 포크로 속을 헤집어 먹어보니 참치다. 'atún'이 참치였다. 난 연어보다 참치를 훨씬 좋아한다. 연어는 지방이 많아 너무 기름져 별로다. 그렇지만 다른 생선이 없으면 감지덕지하고 먹을 뿐이다. '이제는 참치 세비체만 먹고 다니겠네.'


그냥 익숙함을 즐기면 보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으면 진본가?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을 수 없다. 리스크가 있다. 가끔은 실망하고 가끔은 환호한다.

어르신이 진보면 가진 것이 없고, 젊은이가 보수면 금수저라던가?


그 많은 메뉴 중에 익숙한 세비체나 먹겠다는 것은 보수적 생각이고,

조금은 질린 연어 세비체 말고 뭔지도 모르고 'ceviche de atún'을 주문하면 진보적 시도였나?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개혁이란 과격하여 항상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있다.

이즈음 개혁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참치 세비체를 앞에 놓고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