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셔츠와 (삼각이나 사각) 팬티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옷입니다.
당신은 러닝을 팬티 안으로 넣나요? 밖으로 내놓나요?
별 쓸데없는 것을 묻는다고 생각하시나요? 갑자기 궁금해서요!
전 아주 어릴 때부터 항상 러닝셔츠를 팬티 안으로 넣었어요. 당연히 습관이 되었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러닝셔츠를 입지 않고 티셔츠만을 입거나, 와이셔츠를 비롯한 남방셔츠만을 입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할 수 없이 팬티 밖으로 입지요. 왜 그럴까 궁금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팬티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있는 고물줄이나 고무밴드가 허리를 조일 때의 그 느낌이 싫기 때문입니다.
팬티의 고무줄에 의해서 피부에 자국이 생기기도 하지요. 그렇게 자국을 만드는 고무줄의 탱탱한 촉감이 엄청 불편합니다. 어릴 때 겨울에 내복을 입었습니다. 내복 하의에 있는 고무줄의 조임도 싫었어요. 그 조임의 감촉을 가능한 한 멀리하기 위해 러닝셔츠와 내복 상의 모두를 팬티 안으로 넣었지요. 자국을 남길 정도로 조이는 촉감이 정말 싫어서 보이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목 주변의 피부도 특히 예민합니다. 조금이라도 거친 옷이 목 주변 피부에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털실로 짠 스웨터나 울(wool)로 된 셔츠가 맨살에 닿는 것을 이 나이 되도록 한 번도 허용한 적 없습니다. 어릴 때는 융으로 된 남방셔츠를 항상 받쳐 입었습니다. 울로 된 스웨터나 조끼를 입어야 할 때는요. 융이란 천을 아시나요?
융(絨)이라는 천은 면사로 짠 후 보풀(기모)을 세워 부드럽고 포근한 촉감을 내는 직물로, 플란넬(flannel)과 거의 동의어로 불린다. 보온성·부드러운 질감이 강점으로, 겨울 잠옷·유아복·침구·셔츠·담요 등에 주로 쓰이며 치밀하고 따뜻하다.(Perflexity)
융으로 된 남방셔츠를 초등학생일 때 가장 좋아했습니다. 문제는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였지요. 겨울 교복은 안에 무엇을 입건 상관없지만, 여름 하복은 소위 테트론이란 천으로 만들어졌는데 100% 폴리에스테르다 보니 목 주변에 닿는 그 촉감이 너무 싫었습니다. 매일 아침 하복 윗도리를 입는 것이 끔찍한 일이었지요. 그렇게 6년을 고생했습니다.
폴라티라고 하는 turtleneck 셔츠를 싫어합니다. 옛날의 폴라티는 대부분 울(wool)로 된 것이라 촉감이 끔찍했습니다. 이즈음은 아주 부드러운 소재로 된 것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목 주변을 계속 자극하는 것 자체가 불편합니다. 지금도 너무 추울 때 야외에서 무엇(골프나 등산)인가를 해야만 할 때 아니면 입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촉각이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주 예민한 정도를 넘어 아주 특별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촉각은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하나입니다. 피부 전체가 압력·온도·통증·촉감을 포착하며, 여성에게 더 발달한 경향이 있어 세밀한 느낌을 더 잘 구분한다고 합니다. 껄끄러움(거칠거나 불쾌한 촉감)은 촉각의 한 형태로, 피부 수용체가 표면의 거침이나 마찰을 감지해 뇌에서 '불편하다'로 해석되는 감각입니다. 피부가 얇은 곳이 더 민감도가 높고, 손가락 끝, 입술, 혀가 가장 예민한 부위라고 합니다.
오감이 다 그렇게 예민하지는 않습니다. 청각이나 미각은 보통 사람보다 무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도 없고 음악을 틀어 놓고는 집중이 안되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맛을 제일 좋아할 뿐입니다.
예민한 감각을 갖고 있다면 살면서 좋은 경험을 더 많이 했을 텐데 말입니다.
청각은 뮤지션, 미각은 셰프, 소믈리에, 바리스타, 시각은 화가, 디자이너, 사진사, 후각은 조향사(perfumer)가 필수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능력일 텐데, 저처럼 촉각이 예민한 사람은 무슨 직업을 가졌어야 했을까요?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