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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무엇을 할까?

by 재거니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오늘 같은 날 무엇을 할까? 잠은 안 오고 밤은 깊은데… 그러고 보니 노래 가사는 오늘 같은 밤이네! 날이 아니고...


오늘은 8월 16일 토요일이다. 광복절과 일요일 사이에 낀 토요일. 대부분의 직장인은 3일 연휴의 가운데 날이니, 흔하지 않은 이런 연휴에 무엇인가를 오래전에 계획했을 것이다. 은퇴한 노인은 매일 노는 날이 계속되니 이런 연휴에는 오히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돌아다니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잘하는 거다. 체육관은 원래 토요일에도 오픈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만 휴관한다. 배드민턴 가방을 챙겨 체육관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오늘 같은 날 누가 배드민턴코트에 나타날까 심히 궁금하다. 동호회 회원 중에 몇 명이나 나올까?


동호회 시작은 오전 10시지만 9시 10분에 체육관에 도착했다. 9시에 끝나는 새벽반 동호회 사람 두세 명이 운동을 끝내고 가방을 정리하며 샤워실로 향한다. 10시 동호회 회원 중에서 내가 일등 도착이다. 기분이 좋다. 아직 이 나이에도 이런 의미 없는 경쟁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다. 이런 여유가 좋다. 조조할인된 극장의 텅 빈 객석을 좋아하듯이...


신발을 갈아 신고 운동을 준비하는데 하나 둘 회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낯익은, 아니 거의 매일 보는 회원들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이렇게 자주 볼 수는 없다. 매일 보다 보면 정들게 된다. 맞는 말일까?


10시가 되자 난 이미 두 게임을 소화했고 온몸이 땀에 젖었다. 이렇게 재미있고 땀나는 운동 있을까 싶다. 20명 정도 참석한 것 같다. 보통의 토요일과 거의 진배없네! 난 오늘이 특별한 토요일이라 생각했는데...


24개 포장의 망고드링크와 24개 포장의 초코파이 상자를 풀었다. 한 시간쯤 운동을 하면 난 혈당이 떨어진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먹어야 한다. 나만 그런가? 나 혼자 몰래 먹기 미안해 가끔 초코파이와 음료수를 푼다. 내가 회원들에게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대접(?)이기도 하다. 얼마나 오래 대접할 수 있겠나 싶다.


어제 광복절날 '새 박사'라고 알려진 교수님이 돌아가셨다. 이런 부고 기사를 보면 난 항상 나이를 확인한다. 84세. 딱 한국인 평균 살고 가셨네. 그렇지만 언제까지 건강하셨느냐가 중요하다.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2006년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재활에 성공했다지만 65세에 건강수명이 끝났던 거다. 2006년 여름 정년퇴직하고 그 해 12월에 뇌졸증이 왔다. 2024년 6월 뇌경색이 재발했고, 어제 광복절 날 돌아가셨다. 건강수명 끝나고 19년을 재활하며 버티신 거다.


난 얼마나 오래 배드민턴 칠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하네...


https://youtu.be/fb5yqbVjE_g?si=JXbbH_h7WbyCKKG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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