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서 40일 버티기(딸과 손주들은 살기) 중이다. 버티다 힘들면 나 혼자 라오스라도 잠시 갔다 올 생각이다.
호찌민 숙소가 2군의 Tao Dien에 있는 40층 아파트의 16층이다.
거실에서 내려다보면 사이공 강이 보인다. 강을 따라서 많은 배들이 밤낮으로 오르내린다. 수십 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선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멀리 동나이강과 만나는 지점에 컨테이너가 잔뜩 야적된 화물터미널이 보인다.
서쪽으로 10 km 정도 떨어진 곳에 호찌민 공항이 있다. 아파트 창이 북향이라 공항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멀리서부터 고도를 낮추며 접근하는 비행기가 보인다. 비행기가 서쪽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면, 금세 동쪽에서 다른 비행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비행기가 시야를 벗어나거나 벗어나기 직전에 다시 동쪽에서 비행기가 나타난다. 큰 비행기와 작은 비행기를 구분할 수 있다. 거실 소파에 누워 비행기들을 쫓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밤에 보는 야경이 더 좋다. 그 좋은 야경에 반짝이며 움직이는 비행기는 더 인상적이다. 고정된 좋은 경치에 추가된 움직이는 물체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사진이 아니고 동영상임을 일깨워준다. 살아 있음을, 실존하고 있음을 엄숙하게 느끼고 있다. 인생을 이렇게 흘리고 있다.
호찌민 탄솟낱 국제공항에 하루에 착륙하는 비행기는 몇 대일까?
호찌민 공항은 두 개의 활주로를 갖고 있다. 하나는 이륙용, 하나는 착륙용으로 운용한단다. 지난 설연휴에 하루에 500대의 비행기가 착륙했단다. 그리고 같은 날 500대의 비행기가 이륙했다. 기록이었단다. 보통은 하루에 평균 400대의 비행기가 착륙하고 400대의 비행기가 이륙한단다.
비행기의 착륙은 2분 내지 3분 간격으로 이루어진다. A380이나 B747 같은 대형기는 후류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최소 3분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 2분이라면 한 시간에 최대 30대의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다. 400대의 비행기가 착륙하려면 대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거지? 정말 바쁜 공항이네.
비행기의 추락사고는 아주 가끔 발생하지만, 사고가 나면 전 세계의 탑 뉴스가 된다. 수백 명의 사람이 동시에 몰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추락장면을 영상으로 본 많은 사람에게 트라우마가 생긴다. 작년 연말의 제주항공 사고처럼. 그 후로 사람들이 제주항공 타기를 꺼린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꺼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확률적으로 같은 항공사에서 또 사고 날 확률은 거의 무시할 정도인데 말이다.
전 세계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는 몇 대나 될까? 최대 12,000대 정도라고 한다. 이제는 코로나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비행기가 끊임없이 어느 공항에선가 뜨고 내린다. 전 세계의 상업용 항공기의 대수는 25,000대 정도라고 한다.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또다시 코로나 팬데믹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십 년 후에는 4 만대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주로 장거리를 나는 광동체(복도가 두 개)는 하늘에 떠있는 시간이 60% 이상이고, 단거리를 자주 왕복하는 협동체(복도가 한 개)는 운항률이 35% 이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상업용 항공기의 평균 운항률은 40% 이상이란다. 광동체가 전체 비행기의 30% 정도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대수는 늘어날 테지만, 8시간 이상을 날 수 있는 협동체 비행기가 많이 늘어나 광동체 비행기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 신기하고, 공항에 오면 마음이 설레고, 비행기표를 살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방랑자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정말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