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ern Union 송금
이번 방랑이 파타고니아를 지겹도록 느껴보기 위함이라 칠레와 아르헨티나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11월 6일 칠레 산티아고에 입국하여 칠레 파타고니아를 위아래로 오르내리며 지내다, 12월 25일에 아르헨티나로 국경을 넘었다. 하나은행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가 칠레에서는 어디서나 바로 통용되어 현금을 꼭 사용해야 할 경우가 거의 없었다. US 300 달러를 산티아고에서 환전했는데, 칠레에서 무려 50일을 버티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 페소는 트래블로그 카드가 현지 화폐로 바로 결제되는 58종의 통화에 끼지 못한다. 그만큼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아직도 불안정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로 결제는 가능한데, 아르헨티나의 페소를 US 달러로 변환하여 현지 화폐가 아닌 달러 결제를 하니 트래블로그카드를 아르헨티나에서 사용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한 때 환율이 매우 불안하여 공식환율과 달러에 대한 암시장 환율(블루달러환율)이 공존했다고 한다. 암시장 환율이 공식 환율의 두 배 이상이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많은 여행객이 위험을 무릅쓰고 암시장에서 달러를 페소로 환전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이런 이중 환율이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는 한다.
그렇지만 많은 여행객이 'Western Union'으로 송금하여 아르헨티나의 웨스턴유니온 대리점(Agent)에서 아르헨티나 페소로 받는 것을 추천한다. 칠레에서 잠시 스쳤던 한국 처자도 이 방법이 제일 좋다며 내게 추천했지만, 방법을 제대로 배우고 실행하기에는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해외송금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한국 노인네가 아르헨티나 방랑을 하면서 웨스턴유니온 송금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은 아주 머리 아픈 작업이다. 머리에 쥐 날 지경이다. 송금을 은행계좌로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사이버공간(플랫폼)에서 받는 사람의 여권 이름으로 송금을 하면, 일련번호(Money Transfer Control Number)가 생성된다. 이 MTCN을 받는 사람에게 전해주면, 웨스턴유니온 대리점에서 여권과 MTCN만으로 현지 화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주요 은행의 앱에서 해외송금을 클릭하면 WU(Western Union) 송금 탭이 보인다. 송금은 US 달러로 한다. 외화계좌에서 500불을 내 여권 영문 명으로 송금했다. 수수료 3.99달러 포함하여 503.99 달러가 인출되었다. 내게 송금이 바로 이루어지며 MTCN(Money Transfer Control Number) 번호가 생성된다. 이 MTCN 번호와 내 여권 만을 갖고 근처의 Western Union Agent를 찾아가면 된다. 이 얼마나 쉽게 한국에 있는 내 돈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현지 페소로 환전하여 바로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이 과정이 광속으로 진행되는 것 아닐까? 웨스턴유니온 창구 앞에서 은행 앱으로 송금하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
아르헨티나 엘칼라파테는 현지인만큼이나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웨스턴유니온 대리점이 대여섯 곳이나 있지만, 은행처럼 제시간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 오전에 두 군데를 들렀는데 한 곳은 복권을 열심히 팔면서 송금받는 것은 오후 4시에 오란다. 한 곳은 환전은 지금 하지만 WU 송금받는 것은 오후 2시부터란다. 오전부터 뺑뺑이를 돌았다. 운동을 제법 힘들게 했다. 다행이라면 한 곳이 엘칼라파테의 제법 높은 주택가에 있어 모레노 빙하가 만드는 아르헨티나 호수를 내려다보았다는 것이다.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쉬다가 오후 2시에 오라던 시내 중심가의 대리점을 찾았다. 지금 이 순간 공식환율이 달러에 대해 원화가 1441원이고, 아르헨티나 페소가 1445다. 대한민국 원화와 아르헨티나 페소가 공식적으로는 거의 완벽한 1:1이다. 500불이면 72만 페소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76만 팔천오백페소를 준다. 달러에 대한 환율이 1,537인 것이다. 아 그래서 모든 여행객들이 웨스터유니온으로 송금해서 페소를 받으라고 했구나.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2000페소 뭉치 한 다발과 1000페소 뭉치 다섯 다발을 포함해서 주는 것 아닌가?
호스텔에서 맥주 한 캔이 3,500페소, 브런치 카페의 생과일주스가 8,000페소 하는데, 1000페소짜리를 이렇게 많이 주다니... 복부에 큰 주머니가 있는 'Snow Peak' 브랜드의 모자 달린 옷을 입고 갔기에 망정이지 쇼핑백을 구해야 할 뻔했다. 엘칼라파테의 대리점들이 액수가 큰 지폐는 따로 챙기는 곳이 있는지, 아니면 창구 아줌마가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나를 골탕 먹이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모레노빙하 트레킹 하는 관광상품이 36만 페소가 넘던데...
1000원짜리 아니 1000페소 지폐를 열심히 뿌리고 다녀야 내 짐의 무게를 줄일 수 있겠다. 1월 29일 아르헨티나 출국하는 날까지 다 쓸 수는 있을까?
두 번째 웨스턴유니온 송금받기 시도는 리오가예고스에서였다. 아직 엘칼라파테에서 받은 1000페소 지폐가 제법 남아 있지만, 외국 관광객이 거의 없는 이곳은 어떨지 궁금해서 500불을 송금했다. 문 열고 있는 웨스턴유니온 대리점을 찾는 것이 일단 쉽지 않다. 구글맵의 안내로 찾아간 대리점이 바로 옆 건물의 까르푸 슈퍼마켓에 대리점이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현금을 취급하는 웨스턴유니온 대리점은 창구의 보안이 은행이나 환전소의 현금창구 수준이다. 5분을 기다리란다. 그 사이 까르푸에서 간단한 장을 봤다. 10,000페소 지폐로 70여 장을 준다. 환율은 달러당 1524페소다. 엘칼라파테 환율보다는 못했지만 10,000페소 지폐라 다행이다.
세 번째 시도는 코모도로리바다비아에서였다. 코모도로리바다비아는 파타고니아 츄부트주에서 가장 큰 도시다. 크다고 해야 인구가 20만이 조금 넘는다. 시내 중심가에 웨스턴유니온 사인이 많이 보인다. 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까르푸가 있다. 매장 안에 역시 웨스턴유니온이 있다. 오전에 갔는데 큰돈으로 잘 챙겨준다. 인플레이션이 심한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지폐 단위가 20,000페소라는데 여기서 처음 구경했다. 반 정도를 20,000페소 지폐로 준다.
이제야 판단이 섰다. 대도시에 오면 웨스턴유니온 찾기도 쉽고, 좋은 환율로 아르헨티나 페소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작은 도시에서는 쉽지 않다. 현금이 없는 곳이 많다. 달러당 환율은 1524페소지만 수수료 4불이 있어 실제 환율은 1512페소가 된다. 지금 공식환율은 1469페소다.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공식환율보다는 좋은 환율로 결제된다고는 한다. 결론적으로 암달러환율이 제일 좋고, 유니온웨스턴 송금환율이 그다음이고, 신용카드 결제환율, 은행의 공식 환율 순이다. 최악의 경우가 ATM에서 현금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공식환율에 큰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돈 흘리고 다니는 방랑이지만, 어떻게든 덜 흘리고 다니려는 노력이 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