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츄부트주의 제일 큰 도시다. 인구 20만이 넘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하여 북상 중이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왔을 때 도시 뒤편에 나무 하나 없는 어마어마한 산이 보인다. 꼭 피라미드 같다. 산사태 나지 말라고 사방공사를 콘크리트로 해놓은 것 같다. 첸케 언덕이라고 한다.
코모도로 리바다비아를 이 지역 사람들은 줄여서 그냥 코모도로라고 한다. 20세기 중반 이 일대에서 석유가 발견되어 도시가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건물공사에 필요한 골재를 가장 가까운 첸케언덕에서 무분별하게 채취하다 보니 저런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년간 강수량이 220m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메마른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그러면 여러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첸케언덕의 토사가 무너져 내려 3번 국도를 덮치곤 한단다.
점심을 먹고 첸케언덕에 올랐다. 일대의 풍광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수평선만 보이는 대서양과 언덕 좌우로 펼쳐진 코모도로가 잘 보인다. 원주민들에게 이 언덕은 신성시되어 그들의 묘지가 있었다고 한다. 첸케란 말 자체가 묘지란다. 바다 밑에 있다가 융기하여 만들어진 언덕이라 드러난 속살에는 조개껍데기가 보인다.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곳까지는 우버를 타고 가서 정상까지는 걸었다. 아무도 없는 언덕길을 걸어 올라갔다. 커다란 아르헨티나 국기가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해발 212m.
푸에르토산훌리안에서 코모도로 가는 버스가 야간에만 있다. 푸에르토산훌리안이 워낙 작은 마을이라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가 아니다. 야간 버스 이동은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기에 다시 리오가예고스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버스도 야간뿐이다. 호핑 하려던 루트를 다시 조사했다. 또 야간 버스를 타기는 싫어서. 마지막 구간인 Bahia Blanca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구간이 문제다. 무려 10시간이 넘는다. 이 구간은 비행기를 이용하면 나머지 구간은 야간 버스를 피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이번만 무리하자! 밤 한 시 출발 7시 도착이다.
아르헨티나 버스 온라인 앱인 'Busbud'를 사용하여 예약과 구매가 가능하다. 그런데 앱 수수료도 있고, 미국 달러로 변환되어 신용카드로 결제된다. 처음 가격보다 비싸진다. 그래서 앱으로 구간과 시간을 검색하여 선호하는 버스 편을 찾은 뒤에 터미널에 있는 버스회사의 창구에서 표를 구매하니 거의 반값에 구매되는 경우도 있다. 버스회사 창구에서 앞으로 일정의 버스표 네 구간을 전부 구매했다. 귀국할 때까지의 이동 수단의 구매가 전부 이루어졌다. 드디어 방랑루트가 확정되었다.
파타고니아를 비롯한 남미의 장거리버스들은 보통 두 가지 좌석을 갖고 있다. Cama와 Semi cama. Cama 좌석은 2+1이고 뒤로 눕히는 각도가 70도 수준이다. Semi cama는 2+2 배열이고 눕는 각도가 45도 정도 된다. 10년 전에 비해 버스들이 엄청 좋아졌다. 푸에르토산훌리안에서 탄 'Andes Mar' 회사의 버스는 위성인터넷이 된다. 속도가 30 내지 70 Mbps가 나온다.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아무리 장 시간이라도 심심할 일은 없다.
칠레에는 없는데 아르헨티나에 있는 것! 장거리버스의 뒤쪽에 큰 화물칸이 있다. 큰 배낭이나 캐리어를 싣는다. 짐 표를 부치고, 이 화물칸에 짐을 싣는 일을 칠레에서는 차장이 직접 한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에서는 터미널에서 어슬렁거리는 젊은 남자가 한다. 차장은 옆에서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 그리고 팁을 요구한다. 트렁크당 200 내지 500페소를 주면 되는데 영 불편하다. 나름 팁 받겠다고 열심히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직업처럼 하니 보기에 안쓰럽다. 아르헨티나가 어렵긴 어렵나 보다.
첸케언덕에서 내려와 호텔 앞에 있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헬맷을 벗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동양인에 틀림없다. 이곳 코모도로는 관광지가 아니라 동양인을 보기 힘든 도시다. 아침 호텔 식당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내게 보내는 눈빛을 보면 느낄 수 있다. 그들이 동양 어르신을 마주칠 확률이 무척 작다는 것을. 오토바이 주인은 작은 배낭만 메고 호텔로 들어갔다. 지금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
호기심 많은 나는 오토바이로 다가갔다. 작은 오토바이에 어마어마한 짐들이 실려 있다. 심지어 스페어타이어와 튜브가 오토바이에 묶여 있다.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 넣는 도구도 매달려 있다. 일본 혼다의 'Benly'라는 125cc 바이크다. 장거리를 뛸만한 크기가 아니다. AI에 물으니 일본에서 배달용이나 업무용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종이란다. 연비가 좋고, 큰 연료탱크가 달려 있으며 구조가 단순해 잔 고장이 없는 가장 평범한 오토바이란다. 뒤 꽁무니에는 아르헨티나와 일본 국기가 달려 있다. 번호판을 보니 한자로 '江別市'라고 쓰여 있다. 구글맵에서 찾아보니 일본 삿포로에 붙어 있는 에베츠시란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여기까지 몰고 왔다는 얘기다.
내일 아침 식당에서 만나면 물어봐야지! 어떻게 와서 어디로 가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