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ta Tombo

by 재거니

트렐류에서 렌터카 이틀차다. Punta Tombo로 길을 나섰다. 번호판이 덜렁거리던 렌터카를 똑같은 Fiat Cronos로 바꿔줬다. 전혀 이탈리아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Cronos는 브라질에 있는 Fiat R&D 센터에서 개발하고, 아르헨티나 공장에서 만드는(조립하는) 차란다. 오직 남미에서만 팔려고. 아르헨티나 도로에 아주 흔하다.


오늘은 RN3를 남쪽으로 타야 한다. 왕복 2차선 고속도로다. RN3가 아르헨티나 사람들한테는 로망의 길이라는데, 로망은 무슨 얼어 죽을 로망! 지겨운 길이다. 경치의 변화가 거의 없는 쭉 뻗은 단조로운 길이다. 파타고니아 평원을 가로지른다. 칠레의 Carretera Austal(Ruta 7)은 안데스의 설산과 눈을 이고 있는 Volcano들로 눈이 즐겁지만, 아르헨티나 RN3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간간이 대서양이 보인다는 것이 위안이다.


푼타 톰보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해안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마젤란펭귄 번식지다. 매년 수십만 마리의 펭귄이 이곳으로 돌아와 짝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사람은 정해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로 옆을 태연하게 오가는 펭귄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은 채 관찰할 수 있다. 입장료는 25,000페소.


펭귄을 보러 가기 위해 운전하고 있다. 오가는 차도 거의 없는 샛길로 들어섰다. 갑자기 손주들이 생각난다. 못 본 지 두 달이 넘었다. 이렇게 오래 못 본 적 없다. 도민이는 초등학교 입학통지서가 나왔다던데. 도은이는 날마다 여아다움(?)이 는다는데... 나는 이렇게 불현듯 보고 싶은데, 그들은 내가 가끔이라도 보고 싶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항상 엄마와 할머니가 더 이상 잘해줄 수 없을 만큼 잘해주는데 어쩌다 가라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을 리 없다.


도민이와 도은이는 정말 '개처럼 즐겁게' 살고 있다.


산책로의 길이가 무려 3km다. 반 정도는 나무로 boardwalk가 조성되어 있다. 한 가족이 보인다. 아빠가 두 돌이 안되어 보이는 딸을 무등 태우고 있고, 엄마가 유모차를 밀고 있다. 유모차 안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아니고 세 살 정도로 보이는 오빠가 앉아 있다.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다. 유모차는 동생 것인데 오빠가 걷지 않겠다고 떼를 써 할 수 없이 아빠가 동생을 안고 오빠를 유모차 태운 것이다. 도민이도 심하게 그랬다. 남매가 사이가 좋기를 모든 부모가 원하지만 질투심에 흉한 꼴을 많이 보았다. 질투심은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본능 중의 하나다. 어릴수록 본능적이다.


보드워크 위에 펭귄 똥이 장난 아니다. 안 밟고 지나갈 수가 없다. 묽은 흰색의 똥과 진초록색의 된 똥이 보드워크를 덮고 있다. 펭귄을 여러 번 보았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똥밭은 처음이다. 펭귄들이 보드워크 주변에 많다. 펭귄 냄새인지 똥 냄새인지 냄새도 심하게 난다. 유난히 깔끔 떠는 도민이는 펭귄 구경 안 하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산책로 끝까지 일단 걸었다. 무엇이 있는지 모르니까 일단 다 둘러보고 사진을 찍든지 말지를 생각하자. 걸어서 깊이 갈수록 펭귄들이 많아진다. 대부분 둥지 주변에서 엎어져 자고 있거나 가만히 서 있거나 한다. 움직이는 펭귄은 별로 없다. 보드워크의 우선권이 펭귄에게 있다. 펭귄에게 길을 내주고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2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만지거나 먹을 것을 주거나 해서는 안된다.


인간이 다 이방인이다.


펭귄은 알 두 개를 낳는다. 두 개의 알이 부화되는 시간 간격이 있어 새끼의 서열이 있다. 먹을 것이 모자라면 둘째가 많이 희생당한다고 한다. 새끼들은 많이 커서 부모만해졌지만 아직 솜털이 몸을 덮고 있다. 솜털이 다 빠져야 성체가 되어 바다수영을 할 수 있단다. 부모 중에 한 명이 새끼들을 돌보고, 한 명이 바다에 나가 며칠 동안 먹이를 뱃속에 채워온단다. 뱃속의 것을 게워내 새끼들에게 먹인단다. 바닷가에는 나가고 들어오는 부모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게 매년 새로운 두마리의 새끼들을 키워낸단다.


갑자기 왜 펭귄이 남반구에만 있을까 궁금해졌다. AI가 친절히 설명해 준다.


펭귄은 남반구에서 날기를 포기하고 바다수영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진화했다. 추운 지방의 펭귄이 거대한 열대바다를 넘지 못했다. 그나마 갈라파고스 펭귄이 가장 북상한 것이다. 그리고 북반구에는 육상의 포식자들이 너무 많아서 바닷가에 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는 펭귄이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시원한 것은?


렌터카다. 저녁 7시까지 렌트했는데 5시에 일찍 반납했다. 아침부터 350km나 달렸다. 펭귄 구경하는데 두 시간, 점심 먹는데 한 시간 말고는 종일 쉬지 않고 운전했다. 남의 차를 운전하는 것이라 아무래도 긴장하나 보다. 내일은 버스 타고 이동하는 날이다. 2층 버스 제일 앞자리가 좋다. 'Comfort show' 보다가 자다가 하다 보면 또 하루가 갈 거다.